에티오피아 최연소 장관 출신, KAIST에 유학 왔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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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최연소 장관 기록 보유자가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41세 때 건교부 장관 지낸 하일리
“ICT 등 배워 모국에 접목하고파”

KAIST 글로벌 IT기술 전문가 과정에 지난 9월 입학한 마쿠리야 하일리(47·사진)가 주인공이다. 그는 41세 때인 2010년부터 6년간 에티오피아의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에티오피아 정부 사상 최연소 장관이었다. 하일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발전 노하우와 벤처 창업정책·ICT(정보통신기술) 등을 배워 에티오피아에 접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일리는 앞으로 3년 동안 이론 수업과 워크숍·기업체 탐방 등의 방식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그는 KAIST와 에티오피아의 교류협력을 계기로 유학을 오게 됐다. KAIST는 2년 전부터 글로벌 인재 확보 차원에서 에티오피아·탄자니야·케냐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정부·대학 등과 교류하고 있다. 해마다 에티오피아 대학생 10여 명이 KAIST로 유학 온다. 학비는 무료다. 하일리는 “ KAIST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배우기에 최고의 기관”이라며 “미국의 명문 대학 못지 않다고 판단해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때 참전하는 등 한국과 형제 국가나 마찬가지”라며 “KAIST에서 공부하면서 한국과 에티오피아 간 경제교류에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에티오피아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 관계자와 에티오피아 정부와 만남을 주선하고 자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에티오피아는 최근 몇 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두 나라는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상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일리는 1990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는 에티오피아 지방 신도시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개발계획 수립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고 한다. 이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2008년부터 3년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부시장으로 일했다.

그는 “한국인의 철저한 시간준수 습관이 가장 놀랍다”며 “시내버스도 예정 시간에 맞게 정확히 운행하는 데다 개인들도 시간을 잘 지킨다”고 했다. 하일리의 아들(16)은 최근 부산의 한국영재학교에 합격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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