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룸 레터] 4중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습니다. 여론조사나 언론의 예측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입니다. 모든 언론이 대이변, 쇼크라고 합니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라는 폭탄을 터뜨렸다면 미국인은 훨씬 강한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공화당의 압승이라 할 만합니다.

이번 대선은 여느 선거와는 다릅니다. 별 차이가 없는 통상적인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겨뤄 승패를 결정지은 게 아닙니다. 미국사회의 저류에 흐르던 분노, 불안, 좌절의 용암이 국수주의라는 약한 지각을 뚫고 분출한 셈입니다. 트럼프도 연설에서 믿을 수 없고 위대한 운동(an incredible and great movement)이라 했습니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모든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화해, 협력, 경청을 언급했습니다.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모으자고 했습니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던 유세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은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트럼프가 옐런의 정책을 비판해왔다는 점에 비춰 곧 거친 고금리 카드를 꺼낼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이상 달러 가치를 내리누를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전망입니다. 또 트럼프 당선으로 신자유주의는 끝났다는 진단도 있으나, 그는 신자유주의의 본거지 월스트리트의 규제완화를 공언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스스로 모순적인 공약을 늘어놓은 탓에 모순적인 진단과 예상이 나옵니다. 어디로 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합니다.

분명한 건 그의 당선이 한국에게 위기 하나를 덧붙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통상과 안보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도발에 따른 안보위기, 장기침체로 인한 경제위기,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정치위기, 그리고 트럼프 당선에 따른 외교위기까지, 이제 4중의 위기 국면에 놓이게 됐습니다. 트럼프는 부강한 미국,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데, 우리의 리더십은 사실상 유고 상태입니다.


숨가쁜 하루를 정리하는 메시지, [뉴스룸 레터]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신청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