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풍 보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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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에는 지금 한국산 라면이 7종이나 수출되어 있다. 제법 인기가 높아 화제가 되더니 7종 중 4종 98만개에 회수령이 내려졌다.
그런 조처를 취한 동경도는 이들 한국산 라면에는 「폴리솔베이트」라는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기 때문이란 이유를 달았다.
유화제 폴리솔베이트는 라면의 분말 수프가 응고되지 않도록 쓰이는 식품첨가물로 WHO (세계보건기구)도 안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미국과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사용허가 되고 있다.
동경도도 그 점은 인정, 『인체에는 아무 해가 없으나 식생활상 특히 필요하지 않아 일본에선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들이 한국산 라면에 건 죄목은「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의약품에는 첨가가 허용되고 있는 폴리솔베이트를 식품에는 첨가할 수 없도록 한 점도 납득이 안 간다. 그 때문에 이번 일본의 한국산 라면 판금조치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것이 바로 일본식 보호무역 기술의 단면이다.
최근의 엔고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일제보다 절반이나 싼 한국산 라면이 일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산 라면은 일본인들의 매운맛취향 증가도 곁들여 시장에 크게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값으로 치면 몇 푼 되지도 않는 라면에까지 눈을 흘기는 일본인의 심보가 들여다다 보인다.
「존·워러노프」는 『세계무역전쟁』에서「일본풍 보호주의」를 꼬집으며, 특히 『일본은 한국과 대만으로부터 과도한 제품 수입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손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일무역이 현실적으로 엄청난 불균형 가운데 놓여 있는데도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 일본인들이다.
84년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30억달러의 출초로 83년에 비해 무려 3억7천만달러의 흑자 폭을 넓혔다. 86년엔 무려 55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65년 한일국교 정상화이래 한국의 대일 누적 적자는 무려 3백66억달러나 된다.
그런데도 일본은 관세 장벽을 높이고 비관세 장벽도 높이 쌓고 있다.
일본의 무역방어 기술 중에는 「테크니컬 스탠더드」도 있다.
외국과는 다른 제품규격, 검사기준, 표시기준으로 자국 상품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80년 일미무역연구회(TSG)의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일본 정부는 기술적 규제에 아주 엄격한 원칙을 설정하고 있으나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행정관에게 개개의 경우 규제를 완화하는 자유재량권을 크게 주고 있다. 그 때문에 그런 관행을 모르는 외국기업엔 큰 손실을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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