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곡 가수 인기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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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람에 별이 떨어지고/어둠만이 밀려오면…./촛불잔치를 벌여보자/촛불잔치야.』 요즘 어른·어린이 할 것 없이 콧노래로 부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있는 『촛불잔치』는 신인가수 이재성(29)이 스스로 곡을 만들고 노랫말을 붙여 부른 노래다. 요즘 가요계는 바로 이 이군처럼 스스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소위 자작곡가수들의 가요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재성의 『촛불잔치』를 비롯해 최성수의 『남남』, 장덕의 『님 떠난후』, 김학래의 『해야해야』, 「높은 음자리」의 『나 그리고 별』, 「해바라기」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등이 그예다.
이 가요들은 요즘 각종 인기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주로 젊은층 사이에서 많이 불려지고있다.
이 자작곡가수들은 대부분 신인가수들로서 그동안 가요계를 주름잡아오던 기라성같은 기성가수들의 인기판도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이들의 노래는 우선 개성있는 음악성과 서정적인 노랫말이 돋보인다. 그동안 우리 가요계를 휩쓸던 「상업가요」와는 달리 솔직하고 아마추어적인 분위기가 팬들의 호감을 얻고있다.
그래서 가요계는 이들의 등장을 우리 가요의 커다란 전환기로까지 평가한다.
그동안 우리가요계는 전통적인 트로트를 비롯해 슬로·발라드풍의 가요가 주류를 이뤄왔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자작곡 가수들의 노래는 거의 모든 장르를 커버하면서 로크·스윙·재즈·댄스뮤직등 저마다 개성있는 리듬을 보여준다.
이같은 유형의 가요들은 그동안 기성작곡가들에게서는 기피되어 왔었다.
『지금까지 구경만해오던 것을 이제는 「스스로 해보겠다」는 문화 전반적인 현상이 가요계에도 일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요평론가 이백천씨는 『자작곡 가수들의 등장이 가요의 생활화의 한 조짐』이라고 분석한다.
이제는 남이 부르는 것을 듣기보다 스스로 부르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자작곡 가수들이 대중의 큰공감을 얻는 것은 이들이 작품 소화에 큰 장점을 갖추고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느낀 감정을 작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남이 만든 노래를 부를때보다 훨씬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가요계에 자작곡 가수들이 등장한 것을 60년대말 송창식·윤형주·금김호·김도향등 소위 통키타 가수들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들은 몇년후 소위 대마초사건으로 열기가 식어버렸고 70년대후반 산울림·송골매등의 그룹들에 의해 부활됐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자작곡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인기를 모은 일은 없었다.
통기타 가수나 그룹들은 대부분 엇비슷한 성향을 보였는데 비해 요즘 자작곡 가수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살리고있다.
『몇몇 자작곡 가수들의 악보를 보면 유치할 정도로 아마추어적인게 많아요. 그러나 비록 형식의 완성도는 낮더라도 단순하고 솔직한 작품이 더욱 감동을 줄 수도 있지요.』
이백천씨는 이들에 의한 가요의 다변화를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반가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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