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레슬링 김성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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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레코로만형 68㎏급의 김성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라. 현재의 대표급선수중 기량으로 보아 88올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후보로 꼽을수 있다』
지난해 12월 태릉훈련원에서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을 한달간 지도한 헝가리의 「헤게디스·자바」코치는 앞으로의 훈련여하에 따라 변수가 많지만 김을 유력한 우승후보로 서슴없이 지목했다.
지난해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온 한국 선수 중 김선수를 눈여겨 지켜봤다는 「자바」 코치는 『김은 동양권 선수 중에선 볼 수없는 업어넘기기·엉치걸이 등 점수가 많은 큰기술을 주무기로 하고있어 특히 홈대회인 서울 올림픽에서 유망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은 지난10일 끝난 국가대표선수 평가전에서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이삼성 (이삼성·동아대)에 8-2로 압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그러나 이같이 기량이 뛰어난 김은 84년 LA올림픽은 물론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하는 등 지독히 불운한 사나이다.
84년까지 62㎏급에서 국내최강으로 군림하던 김은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그만 간염에 걸려 태릉선수촌에서 퇴촌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그가 대수롭지않게 여기던 김원기(김원기)가 올림픽에 나가 대망의 금메달마저 목에 걸게되자 그의 가슴은 더욱 찢어질듯 아팠다.
또 서울 아시안게임선발전에선 한체급을 올려 강자 이삼성을 누르고도 무명선수에게 지는바람에 승률에서 뒤져 이에게 대표티킷을 내줬다. 이는 결국 일본선수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김성문의 충격은 더욱 컸다.
『레슬링을 그만 두려고 생각했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소속회사인 코리아스파이서의 김영준 사장 (레슬링협회부회장)께서 보약을 달여주시는등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됐어요』
비온뒤 땅이 더욱 굳어지듯이 김은 그동안의 좌절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의욕에 차있다.
국가대표팀의 김익종 총감독도 『지구력이 부족한 것 외에는 기술적으로 흠 잡을데가 없다. 간흑 약한 상대에게 엉뚱하게 패할 때가 있었지만 이젠 기량이 원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오는 2월 스웨덴의 메라컵 국제 대회에서 그의 가능성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민우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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