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범인」 비공개 현장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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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을 수사중인 검찰과 경찰은 지난19일 고문경관들을 구속수감하면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기위해 바람잡이 전경과 호송차량을 동원한데 이어 23일하오 범인없이 비공개로 실시한 현장검증까지 경찰병력으로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위장호송차량을 동원하는등 공개수사를 기피했다.
일반형사피의사건에서 현장검증이 공개되지 않은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장검증은 23일하오5시30분부터 서울남영동 치안본부대공분실에서 조한경경위(41)와 강진규경사(31) 등 두 고문경찰관은 출석시키지 않은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현장검증은 서울지검신창언부장검사, 안상수·박상옥검사등이 고문현장인 대공수사2단5과 조사실을 둘러보는 정도의 「요식행위」로 끝났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고문등 범행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있기때문에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어 굳이 범행 재연이 불필요하다고 판단, 검사가 현장 상황을 살펴보는 「상황조사」만 했다』고 말하고 『대공분실이 특수수사 기관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시간동안 5층9호 조사실의 욕조구조·간이침상의 위치등이 조경위등의 진술과 일치하는지를 살펴본것으로 알러졌다.
현장주변에는 이날 상오8시30분부터 3개의 골목입구에 1천여명의 전경·정사복경찰관이 배치돼 바리케이드를 치고 일반인의 출입을 완전 봉쇄했다. 경찰은 하오5시쯤 봉고버스의 운전석 전면 유리창만 제외하고 모든 유리창을 종이로 붙여 외부에서 차량내부를 들여다볼수 없도록 꾸며 마치 조경위등이 탄 것처럼 위장, 대공분실안으로 들여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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