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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일 서독 무역흑자가 불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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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달러(미국)·엔(일본)·마르크(서독) 등 「3대 통화」 사이의 환율전쟁이 연초부터 가열돼 국제금용시장을 난기류로 몰아불이고 있다.
일본과 서독 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 대규모로 개입, 달러화 약세저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달러화는 바닥을 모르는채 속락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달러화 약세는 새해들어 가속화되면서 지난19일 동경외환시장에서는 한때 1달러=1백49·98엔을 기록, 전후처음 1백50엔대를 밑돌기도 했다.
달러화는 마르크화에도 20일 런던외환시장에서 1달러=1·807마르크까지 떨어져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던 1달러=1·80마르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따라 각국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내다팔고 엔화나 마르크화를 매입하려고 대혼잡을 빚고있다.
과연 달러화는 어느선까지 더떨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일본과 서독은 연초부터 달러화의 하락조짐이 보이자 그동안 중단했던 외환시장에 개입,적극적인 달러화 매입작전을 벌여왔다. 엔화나 마르크화가 더이상 절상돼서는 수출부진은 물론 국내산업에 막심한 타격을 입게 되므로 달러화 하락행진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나선 것이다.
예컨대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8,9일 40억달러를 풀어 달러화 매입에 나서는등 지난20일까지 1백억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 넣었다.
그럼에도 달러화 약세현상은 멈출지 모르고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는 일본 중앙은행의 달러화 매입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준은 이미 지났다고 진단이 나오는 실정이다.
달러화가 이처럼 계속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작년 9월이후 감소추세를 보이던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는 12월 1백92억달러로 다시 사상최고를 기록하는등 미국경제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작년10월 미일환율안정운용합의에 대한 미국측 입장이 변화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미「베이커」-일「미야자와」 공동성명의 이면에는 달러와 엔화환율을 1달러대 1백60엔대에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대신 일본측은 내수확대와 적극적인 수입개방으로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폭을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그후 일본측의 노력이 미흡했다고 미국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미국측은 미일재무장관 합의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보고 행정부와 의회가 한덩어리가 되어 직·간접적인 달러화 약세유도 발언으로 일본과 서독을 계속 밀어붙여 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행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달러가치에 대해서는 저마다 전망이 다르지만 엔화에 대해서는 1백40엔선,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1·7마르크가 일단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벤센」 미상원재무위원장은 최근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달러=1백20∼1백25엔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고, 환율조정에 대한 미의회의 강력한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폭의 달러가치 하락도 예상케하고 있다.
엔화·마르크화의 단순한 절상외에도 미국의 이같은 환율절상압력에는 일본과 서독을 몰아붙여 공동금리 인하를 받아내려는 생각도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미국은 그동안 국내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인하를 원해 왔으나 다른 나라가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을경우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서독의 현금리고수에 불만을 품어왔다.
이번 기회에 이들 나라의 금리인하로 이러한 우려도 씻고 동시에 일본·서독의 내수확대로 대미무역흑자폭을 감소시키도록 유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서독의 경우에도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자국통화강세로 디플레현상이 심화되어 엔·마르크화 강세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금리인하로 이를 상쇄하든지 양자택일의 입장에 놓이게 되어있다.
특히 서독은 일본이 작년 10월 미일환율합의 이후 공정할인율을 3%로 인하, 내수진작에 나선데 비해 작년4월이후 금리인하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어느정도 미국에 성의를 보여야할 입장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이 오는 25일 서독의 총선거이후 미·일·서독의 연쇄금리인하를 점치고 있는 점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같은 최근의 환율전쟁을 두고 여기저기서 비판이 일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미산업계의 끈질긴 달러화 약세요구에 대해 「볼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중요한 문제는 미국의 경영층이 달러화약세 호기를 어멓게 살리느냐』에 있다며 『업계는 정부에 손을 벌리기전에 스스로 무역적자 해소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진지한 노력을 벌여야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반성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미국경제의 난제들이 본질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데에 있다.
오히려 엔화강세에도 일본의 경상수지흑자는 85년 4백92억달러에서 지난해는 8백26억달러로 대폭 늘었고 올해는 8백48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며 서독또한 경상수지혹자가 85년 4백28억마르크에서 지난해에는 7백58억마르크로 확대,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요즘의 국제환율전쟁을 지켜보노라면 일본·서독 통화당국의 외환시장개입만으로는 달러화 약세를 저지시키지 못하고 결국 국제환을 불안의 해결은 미국의 손에 달려있다해도 지나친 말이 될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미국이 지금까지의 달러하락 방임자세를 철회하든가, 일본·서독과 함께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달러화 약세를 막을 길이 없다는사실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국제환율전쟁이 미·일 서독의 상호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이를 고비로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측은 엔고가 멈춰질 조짐이 없자 「미야자와」 대장상을 21일 미국에 파견, 엔화강세 방지에 미국측의 협조를 구하도록 하는 한편 선진5개국회의(G5)를 추진, 새로운 통화질서안정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본경제기획청장관이 서독을 방문, 양국의 공동협조방안을 협의중이다.
외환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일본·서독과 합의에 도달해 이번 환율전쟁이 가라앉는다해도 재연의 불씨가 결코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작년10월 미일환율합의 이후 잠잠하던 환율전쟁이 이번에 재차 야기되듯이 국제경력약화 무역수지 적자의 미국경제패턴이 지속되는한 환율절상압력은 미국이 언제라도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라고 봐야할것 같다.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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