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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대기 시간 절반, 모바일 결제…병원 갈 때 편리한 ‘엠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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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홍병진 데이타뱅크시스템즈 대표

자영업자 백원식(44)씨는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3~6개월마다 대학병원에 간다. 1층 접수대에서 순번표를 뽑은 후 20~30분을 기다린 후 접수를 한다. 접수 후에는 진료실로 가 또 기다려야 한다. 길어야 약 5분인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 병원비 결제와 처방전을 받기 위해 수납 창구로 가서 또 대기한다. 백씨는 “혈액 검사 등 간단한 검사를 추가하면 2시간 이상이 걸린다”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 한다”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폰 활용한 접수·결제 시스템
진료실 앞에서 무작정 대기 없애
전자 처방전 전송 서비스 연내 실시
실손보험 자동청구도 곧 가능해져

300여 개의 종합병원은 이런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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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가산동에 있는 데이타뱅크시스템즈 사무실에서 만난 홍병진 대표는 2014년부터 엠케어 서비스를 준비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데이타뱅크시스템즈 홍병진(51) 대표가 지난해 12월 부산대병원을 시작으로 경북대병원(7월)·한양대병원(9월)에 구축한 ‘엠케어’다. 스마트폰으로 접수를 하고 진료비 결제도 가능한 서비스다. 홍 대표는 “올해 안에 한양대 구리병원, 대구 가톨릭대병원을 포함, 15개의 종합병원에서 엠케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케어는 비콘(블루투스 기반의 무선통신 장치)을 이용한 위치기반 서비스와 모바일 간편 결제가 핵심이다. 엠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본인 인증을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하면 접수대기 번호표를 스마트폰으로 발급받으며, 스마트폰 화면에 진료를 받아야 할 곳의 위치와 경로가 나온다. 진료 대기 순서도 스마트폰으로 확인 가능하다. 굳이 진료실 앞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다. 진료 후엔 모바일로 병원비를 결제할 수 있다. 처방전은 아직까지는 직접 출력해야 한다. 홍 대표는 “엠케어 시뮬레이션 결과 대기시간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으로 전자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으로 보내고, 결제를 바로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병원은 환자의 정보를 IT 솔루션 업체를 비롯한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2014년부터 이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지난해 말에야 부산대병원에 구축한 이유다. 홍 대표는 “병원의 협조를 얻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엠케어를 알리기 위해 병원장이나 의사 등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모두 참석했다. 종합병원이 그간 모바일 결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수수료 때문이었다. 홍 대표는 “종합병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모바일 결제 수수료를 0.2% 내에서 책정해 거부감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손보험 자동청구 서비스도 올해 말까지 준비 중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국내에 3200만 명 정도. 이 중 1500만 명의 가입자들은 절차가 불편해 소액 보험료를 청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인식해 지난 3일 ‘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실제 청구에 필요한 자료는 병원 의료정보시스템에 다 있다”며 “엠케어가 구축돼 있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병원에 온 환자들이 바로 보험사에 실손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2002년 설립된 데이터뱅크시스템즈는 오라클 기술 지원과 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하는 벤처기업이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홍 대표는 SKC&C와 한국오라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대구에서 창업했다. 오라클 고객 유지보수 외에도 서버 시스템과 대학교 스마트 솔루션 구축, 기업용 소셜네트워크(SNS) 서비스인 ‘엠 씽크’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홍 대표는 “의료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진다는 생각으로 엠케어를 준비했고, 병원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서비스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데이터뱅크시스템즈의 매출액은 166억원. 3명으로 시작한 회사 직원은 어느새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76%가 연구개발(R&D)인력이다. 엠케어 서비스를 론칭한 후 데이터뱅크시스템즈를 주목하는 곳이 많아졌다. 지난 8월 30억원의 투자를 시작으로 이달에도 5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홍 대표는 “데이터뱅크시스템즈를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글=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스트 1359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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