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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파업 불똥에 "문 닫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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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소기업이 신음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의 파업 불똥마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급기야 30일에는 대기업 파업에 따른 희생 업체까지 나왔다. 자동차용 범퍼를 기아차에 납품해온 광주의 K사는 1억2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이날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밖에도 서울 서초동의 자동차공업협동조합사무실에는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SOS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달 넘게 공장을 세운 경기도 시화공단의 D산업 H사장은 "현대차의 조업 재개에 대비해 휴업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노조 파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돌아온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전국 4백여 1차 협력업체들이 지금까지 연간 총매출의 25% 수준인 9천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고, 2천여 2.3차 부품업체들까지 따지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모기업인 현대차의 생산 차질 규모(1조3천억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경남 창원에서 전자레인지 부품을 생산하는 Y기업 사장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5%씩 납품가를 내렸는데 올 들어서는 8%를 내리라고 하니 회사운영 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들이 노조를 달래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그 비용은 납품가격 인하를 통해 메운다"며 "거래하는 대기업이 분규를 겪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원망했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휴.폐업이 잇따르며 중기 가동률은 최근 8개월 연속 하락, 6월 말 현재 68.3%까지 내려가면서 1999년 3월(68%)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한 데도 정부는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중소기업들은 정책자금만이라도 신용대출 규모를 늘려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말을 할 뿐 실행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인력지원법을 만들겠다던 방침에도 진전이 없다. 김영수 기협중앙회 회장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중소제조업체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희.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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