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철아 잘 가거래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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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종철아, 잘 가거래이. 아부지는 할말 없대이』
16일 상오11시30분 경기도고양군 벽제 화장장에서 북으로1㎞ 임진강상류.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서 조사받다 숨진 박종철군(21·서울대 언어학3년)의 가족장. 가족들이 통곡하는 주변엔 20여명의 취재진과 30여명의 사복들이 둘러쌌다.
아버지 박정기씨(57)는 아들의 화장한 유골을 천천히 강물에 뿌렸다. 21살 젊음이 한줌의 하얀 재로 허공에 흩어져갔다.
장례식이 끝나 취재진이 아버지 박씨와 삼촌 박월길씨(37) 등 가족들을 붙들고 질문을 하려들자 형사들은 재빨리 두사람을 자신들이 준비한 승용차에 태우고 시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취재차가 뒤를 쫓았다.
취재차를 따돌리려 시내를 한바퀴 돌고 경찰의 차가 멎은 곳은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차가 안으로 사라진뒤 뒤쫓아온 기자들은 정문에서 전경들과 한바탕 승강이를 해야했다.
『야, 여기 차 넘버 다 적고 쫓아보내』
간부인듯한 사복차림의 40대가 험악한 표정으로 지시하곤 안으로 사라졌고, 취재진의 접근은 끝내 거부됐다. 어쩌면 큰 파문을 일으킬지 모르는 한 대학생의 죽음을 놓고 「주걱취재」와 「봉쇄차단」의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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