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부채의 시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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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심각한 지경에 이른 농·어가 부채를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단안을 내릴 때가 되었다.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더 이상 모른체 하기엔 형편이 너무 어려운것 같다.
정부는 농·어가에서 많이 쓰고있는 고리사채를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여 이자부담을 덜어줄 모양이다. 이같은 정책을 전제로 농협중앙회는 농·어가 사채현황을 파악중이다.
사채에 짓눌려있는 농·어가들에는 복음이 아닐수 없고 농·어가 경제가 악화일로에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어떤 형식으로든 농·어가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것은 일단 수긍이 간다.
잘 알려진대로 농·어가 부채는 악성화 되어가고 있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농가 가구당부채는 지난 80년 33만8천원이던 것이 83년에는 1백28만5천원, 85년에는 2백2만4천원으로 크게 늘었다. 농가수지가 매년 악화돼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기 때문에 부채는 누증되고 빚중 30%가까이가 연리 20∼25%짜리 사채여서 농가부채는 악성이다. 어가부채 역시 농가부채 현실과 비슷한 실정이다.
이런 부채구조를 그대로 방치하면 부채누증으로 농가수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고 종국에는 농촌경제의 파탄은 물론 사회문제가 야기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농·어가의 사채를 연리 14.5%의 상호신용금고등 제도금융권으로 전환하여 이자를 절반으로 줄여주려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농·어가 부채 누증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농정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결과에 원인이 있다고 볼때 산업 정책적인 측면에서 경부가 앞장서 해결해줄 과제이기도 하다. 또 부실기업 정리엔 국민들의 부담까지 시키면서 큰 돈을 쏟아 붓는 특혜를 주면서 농·어가 부채를 덜어주는 정도의 조치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어가부채 경감책에도 몇가지 지적해 둘게 있다.
먼저 부실기업의 특융과 같은 이자경감은 경제원론적인 접근책이 아닌데도 농·어민들을 위해 불가피하게 예외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농·어민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농·어민들이 이번 기회를 농·어촌부채가 과소비등 자업자득인 측면은 없었는가 하는 반성도 있어야 정부의 부채경감 조치는 의미가 있다.
농·어가 부채 경감책은 일과성으로 끝나기보다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농·어촌경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사채를 상호신용금고 대출금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끝낸다면 구조적인 농·어가부채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게 되어있다.
빚은 빚대로 덜어주되 농·어가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아울러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농·어가 소득정책에 힘쓰고 있으나 아직 성공을 못거두고 있다. 농산물 가격지지, 농공단지 조성정책등 역점사업도 허술한 구석이 많다.
우리의 농·어가 중에도 농가가 농업소득에만 얽매이면 소득증대는 한계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또 무한정 농수산물 가격지지정책으로 농·어민만을 생각해줄 수는 없다.
결국 농외소득을 보다 강조하지 않을 수 없으며 농정은 농외 소득증대를 위해 보다 과감하게 추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한다.
농·어가부채 경감을 통해 농·어촌 경제활성화에 증폭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처럼 농·어촌에 적극적으로 공장을 유치하는등 유기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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