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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카페] '말' 때문에 두 시간만에 4조 날린 저커버그

중앙일보

입력

말 한마디에 4조원을 날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것도 딱 2시간 안에 말이지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페이스북은 올 3분기 성적표를 내놨습니다. 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페이스북이 밝힌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습니다. 매출은 70억 1000만 달러로 2013년 연간 매출과도 같았지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56%나 매출이 늘어난 셈이었습니다. 모바일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용자 수도 10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고요.

페이스북이 그간 짭짤한 돈벌이를 했던 것은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함께 미국 온라인 광고 시장의 68%를 지난 2분기에 독식할 정도로 광고업계의 괴물이기도 합니다. 올 3분기에는 전체 광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모바일 광고 비중도 85%에 육박할 정도로 호조세를 보였지요. 깜작 실적을 공개한 직후 페이스북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위너가 입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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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사진 플리커]

드라마는 이때부터 펼쳐졌지요. "2017년 중반쯤이면 광고 매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솔직하게 내년 실적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었는데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장 마감 후 발표였던지라 장외시장에서 8%(FT 보도)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지요. 광고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 뒤에는 광고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있었을 겁니다. 뉴스피드에 광고가 많아지면 페이스북 호감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니까요. 주가가 빠지자 '장부상'이긴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의 재산도 같이 줄었습니다. 포춘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재산은 불과 2시간 만에 37억 달러(약 4조2000억원) 줄어든 506억 달러(약 57조 80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장부가치로만 따지면 저커버그는 올해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된 셈이지요. 올 들어 저커버그는 실적 발표 때마다 재산이 불어나는 '신기루'를 경험했습니다. (참고로 페이스북은 이번 3분기를 포함해 6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4월에는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2시간 반 만에 42억 달러, 7월에도 2분기 실적발표 직후 한 시간 남짓한 사이에 34억 달러가 불어났기 때문이죠. 저커버그는 재산이 줄어서 실망했을까요. 아마도 아닐 듯합니다. 그는 "페이스북은 '비디오 퍼스트'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10년 기술 로드맵을 따라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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