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개헌 서둘도록 강력쐐기|새해 국정연설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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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대통령의 올해 국정연설은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발전이라는 주제아래 국민적 최대관심사인 합의개헌을 강력히 촉구하는데 가장 역점을 두고있다.
임기만료 1년여를 앞두고 마지막이 되는 이번 국정연설에서 전대통령은 작년 6월 발족한 국회헌특이 6개월이 넘도록 실질적인 토의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있는데 대해 개탄과 유감의 뜻을 표하고 여야 모두가심기일전하여 인내와 자제로 하루속히 국회에서 헌법문제를 매듭지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전대통령은 여야가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정치일정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도록 여야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합의개헌에 대한 강력한 촉구와 함께 최후통첩에 가까운 경고를 하고 있다고 보겠다.
이 경우 「중대결단」이 뭣을 뜻하느냐에 대해서는 미리 단정하기는 힘들고 누구도 쉽게 추측하려 들진 않는다.
측근 소식통은 「중대결단」의 의미가 행여 합의개헌이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하는 국민적 우려에 대해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그 대안까지도 생각하지 않을수 없는 충정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합의개헌에 대한 강력한 촉구에 더 뜻이 있고 「중대결단」이라는 경고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대통령 발언의 전후문맥을 살펴보면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치일정의 원만한 진행이 어려울 경우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일단 볼 수 있고, 그럴 경우 중대결단은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조치로서 정치일정을 진행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체로 개헌문제에 관한 여야간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일정의 진행은 여당의 합법개헌 추진이 될 수밖에 없고, 합법개헌마저 정족수 부족이나 야당측의 저지로 어렵게될 경우 정치적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합의개헌이 안될 경우 합법개헌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있을수 있고, 만약 원만한 합법개헌도 어려울 경우 그야말로 「중대결단」이 나올 상황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중대결단은 일종의 위기관리 차원의 대통령 비상대권의 발동형식이 될 가능성을 추측할수 있고, 경우에 따라 국회해산·비상조치 발동같은 조치를 추측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위기관리 차원의 중대결단이 나올 경우 정계개편을 수반하는 정계정지작업도 있을수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번 이런 조치를 하는이상 여권이 생각하는 정치발전의 각종 장애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전대통령임기후의 안정적인 정치상황 보장까지 겨냥할 것도 생각할수 있는 일이다.
이와관련, 대통령의 국정연설중 주목되는 대목은 끝내 합의개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의 「끝내」의 시간적 의미를 들수 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끝내」라는 이 시한이 과연 언제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시사는 없지만 중대결단이 「원만한 정치일정의 수행」을 위해 내려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간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새정부의 출범이 시작되는 내년2월25일부터의 정치일정을 역산하면 추측이 가능할것 같다.
개헌안의 발의-국회의결-국민투표-국회의원선거법등 부수법안확정-국회의원선거-차기집권자확정-정부 인수인계준비-정부이양이라는 복잡하고도 험난한 정치일정을 감안할때 합의개헌의 시한은 무한정일 수가 결코 없으며 빠르면 2∼3개월, 늦어도 금년도 전반기까지는 끝나야한다는 것이 정부·여당측의 복안인 것으로 추측된다.
전대통령이 「하루속히」국회에서 헌법문제를 매듭짓기를 촉구한 점이나 차질없는 정치일정을 강조한 것은 이 시한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특히 지난 수년이래 4∼5월이 정치적·사회적 안정의 취약기였다는 점에서 그 시한은 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정계일각에서는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대통령은 여야간의 합의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정당간에 민주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화노력이 모색되고 있음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해 이민우신민당총재의 선민주화론을 간접적으로 긍정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모든 정치인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힘쓴다면 합의개헌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정계일각에서 일고있는 합의개헌을 향한 대화 무드를 고무·격려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합의개헌에 대한 관심과 경고(?)가 앞으로의 개헌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야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개헌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국정연설에 제시한 합의개헌과 민주발전의 의지가 앞으로 현실정치에 어떻게 투영돼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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