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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9급 공무원' 합격자 중 고교 출신 9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세무고교 3학년 김효정양은 내년에 9급 국가공무원으로 임용돼 세무 관련 업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효정양은 가정이 어려워 정부에서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 받았다. 세무 관련 특성화고에 다니면서는 세금으로 사회복지가 실현되는 것을 알게 됐다. 효정양은 자기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을 확대하는 기반을 만드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2012년 첫 도입… 고교 출신 공직 등용문
인사혁신처, 올해 최종합격자 4일 발표

충주상업고교 3학년인 김민석군 역시 내년에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될 예정이다. 민석군이 직업으로 공무원을 소망하게 된 것은 자신의 외삼촌을 보면서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 생신 날에 외삼촌이 '폭설 대응을 해야 한다'며 묵묵히 집을 나서던 모습을 민석군은 기억하고 있다. 민석군은 '국민이 더 안전하고 평안하게 생활하도록 돕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두 사람은 '국가직 지역인재 9급 공무원 선발 시험'에 지원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됐다. 두 사람은 인사혁신처가 4일 발표하는 이 시험 최종 합격자 159명에 포함됐다. 혁신처가 주요 합격 사례로 든 경우다. 이번에 합격한 159명은 내년 4월 정부 각 부처에서 수습직원으로 배치된다. 이후 6개월 간 근무 뒤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9급 공무원으로 정식 임용된다.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선발은 학력이 아닌 실력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하고 공직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4년 전인 지난 2012년 도입됐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 졸업예정자나 졸업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사람 중에서 선발한다. 17세 이상으로 모집 분야와 관련된 학과를 나오고 학과 성적이 상위 30% 이내여야 한다. 지원시에 출신 학교의 추천(학교별 5명)을 받아야 하며 필기시험(국어·한국사·영어)과 서류전형·면접을 치러 합격자가 가려진다.
이번 합격자에선 효정양과 민석군처럼 고교를 다니고 있거나 막 졸업한 '고교 출신'이 전체의 91%(145명)를 차지했다. 나머지 9%(14명)만 전문대 출신이었다.

고교 출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행정직군은 고교 출신에만 지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선발에서도 행정직군 합격자 87명은 전원이 고교 출신으로 채워졌다. 행정직군 아닌 기술직군과 우정직군에서도 세부 직류별로는 고교 출신을 50% 이상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고교 출신이 많다 보니 합격자의 평균 나이가 젊은 편이어서 이번엔 18.4세였다. 지난해(18.7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합격자 중 남성은 27%(43명), 여성은 73%(116명)로 여성이 훨씬 많았다.

합격자가 특정 시도에 집중되지 않도록 지역 안배도 한다. 직류별로 특정 시·도 출신의 합격자가 2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선발 제도가 도입된 것은 일반 9급 공무원 시험에선 고교 출신이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교 출신이보다 많이 9급 공무원에 선발되도록 하기 위해 시험 과목에서 고교 과정을 뛰어넘는 과목을 폐지하고 고교 과목을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교 출신이 오히려 유리해지는 역작용이 나타나 제도를 보완해야 했다.

고교 출신 위주로 9급 공무원을 뽑는 이 선발 시험은 2012년 도입 첫 해의 104명에서 매해 꾸준히 선발 인원을 늘려왔다.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은 "지역인재 9급 공무원 선발을 통해 공무원이 된 우수 고교생은 공직에서도 능력을 발휘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수 고교 인재들의 공직 채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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