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엔 특효약 없어 「만성」진단 받으면 곧장 관리에 들어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간질환을 특히 꺼림칙하게 여기는 까닭은 만성간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만성」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치유라는 개념은 없어지고 장기간 질병과 같이 살면서 이를 다스려나가는 소위 「질병의 관리」가 곧 치료인 것이다.
10년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에서 만성 간질환의 주원인은 B형간염·약물남용·습관성음주·간디스토마증이었다. 그중 간디스토마증은 가장 치료하기 쉬운 질환으로 변모되었고, B형간염도 백신의 출현으로 예방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었으나 간염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약제는 아직 개발하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B형간염의 치료는 부분적으로나마 뚜렷한 진보가 있으며 아직 사용하기에는 이르나 여러가지 유망한 치료법들이 개발중에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습관성 음주에 의한 간질환이나 약물 또는 독물질에 의한 간염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소위 알콜성 간질환이라는것의 치료법은 술을 끊는 것밖에 없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는 어떤 약제도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해로울 때도 많다.
간장약에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이들은 대략 어떤 식물의 추출물을 원료로 하거나 비타민류·아미노산제제 또는 동물의 담즙을 원료로 한 것들로 어떤 특정 간질환에 듣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간질환에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해가 되는 이론도.있지만 특효약은 한가지도 없다.
더구나 간의 건강을 위한 예방목적의 투여는 난센스라고 밖에 말할수 없다. 모든 담즙제제는 장기간 사용하면 간기능을 해칠수 있으며 비타민, 특히 A나 D등은 과량 투여하면 건강한 간을 오히려 나쁘게 만들수 있고 어떤 아미노산제제는 간환자가 복용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는것도 있다.
의사가 간장약을 투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금이라도 영양에 보탬이 되고, 환자의 정신적 의지가 될수 있고 장기간 투여해도 무방한 약제를 선택하여 간에 해로운 보약이나 생약·민간요법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나의 개인의견이지만 간에는 아직 특효약이 나와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