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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책임 있는데 경제사령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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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임 후보자는 “엄중한 경제 상황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민생을 챙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결국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2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임종룡(57) 금융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순실 사태 등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에서 경제를 챙기기 위해 등장한 새 경제사령탑이다. 임 후보자는 현 정부 들어 첫 정통관료 출신의 경제수장이다. 현 정권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경제부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 ‘마지막 구원투수’로 등판
임 후보자 “확장적 재정 필요, 부동산 투기는 근절”
컨트롤타워 바로 세우고 구조개혁 불씨 살려야

그가 4기 경제팀의 최우선과제로 제시한 건 위기 수습, 그리고 무너진 신뢰 회복이다. 최순실 사태가 초래한 정책 리더십 위기 속에서 우선 동요하는 관료사회를 다독이고 이후 아웃 카운트를 하나하나 쌓아 가듯 위험요인들을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내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 위원장은 “엄중한 상황에서 경제부처가 하나가 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첫째로 할 일은 경기, 부채, 기업 구조조정, 구조개혁 등의 부문에서 위험요인을 해소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기조 역시 서서히 ‘위기 관리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그는 “경기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부동산 투기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3일 나올 부동산대책에 대해선 “현재는 지역·부문별로 문제가 혼재돼 있는 만큼 선택적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는 관가에서 일찌감치 경제수장감으로 꼽혀 왔다. 정권 말이면 납작 엎드리는 관료들을 다잡아 벌여 놓은 일을 수습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데 현실적으로 관료만 한 대안이 없다. 그런 면에서 임 위원장은 선택 가능한 최적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재무부에서 구조조정 업무인 산업합리화대책 실무를 도맡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이명박 정부에선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제1차관을 거치며 거시정책을 총괄한 경험도 있다. 모피아 특유의 ‘해결사’형 기질은 물론 큰 그림을 보는 경제기획원(EPB)의 장기도 갖춘 셈이다. 전 정권에서 장관급(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다시 금융위원장으로 부활한 것도 이런 경험과 능력이 기반이었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서울대·영남 출신이 주류였던 경제관료 사회에서 연세대·호남 출신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정무적 측면에서 큰 강점으로 거론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정책 추진 환경이 크게 불확실해진 게 난관이다. 추가 득점이 어려운 건 물론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인한 ‘패전 처리’로 몰릴 위험도 크다. 부총리에 내정은 됐지만 거대 야당이 개각에 반발하고 있어 당장 취임 일정부터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현 정부가 추진했던 구조개혁과제 역시 최순실 사태와 여소야대 국회에 밀려 용두사미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그 역시 현 경제팀의 일원으로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순실 사태 이후 업계 일각에선 금융 당국이 주도한 한진해운 구조조정에도 비선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역시 구체적인 구조조정 로드맵 제시 없이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정부는 구조조정 문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 곳곳에서 비상등이 켜지면서 ‘컨트롤타워’가 더 이상 주춤거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생산·투자·소비 등 경기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금융시장이 동요하는 조짐이 나타난다. 여기에 부동산 과열과 미국의 금리 인상 조짐은 가계부채의 ‘뇌관’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전임 경제팀 수장들은 리더십 공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 후보자에게 안으로는 경제부처들을 장악해 중심을 잡고, 밖으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임 후보자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관료들의 기강을 잡고 난국을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조개혁의 불씨를 살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기 국면에서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경제 문제에 대해 확실한 권한 이양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는 부총리가 중심이 돼 확실히 책임지는 과거 전통을 복원해야 한다”며 “그러자면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실질적 인사권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민근·조현숙 기자 김경진 기자 jmi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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