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할말 없다〃김영삼씨 일체함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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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잠안와 뒤척거렸다〃
○…온양으로 잠적해버린 이민우총재는 8일 상오 7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나 1시간여쯤 목욕을 한뒤 기자들과 아침식사를 함께 했는데 『잠이안와 뒤척거리기만 했다』면서 몹시 피곤한 표정. 식사도중 최형우부총재와 황명수민추협간사장이 들이 닥치며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하며 다소 부산을 떨자 이총재는 『왜 정무회의를 안하고 내려왔나』며 반농 반역정.
이에 최부총재는 『아이고, 총재님도 없는데 무슨 회의입니까』며 『집에서 자고 식사하시는 것과 당사에서 말씀하시는 것보다 여기서 하시는게 모두 불편하실테니 올라가십시다』 고 권유.
최부총재는『두김씨는 그런말 한적도 없다는데 잘못 전달된 모양이니 만나면 다 풀어질 것입니다』고 계속 채근했는데 이총재는 묵묵 부답.

<〃총재는 당의큰어른〃>
○…이총재는 상오9시20분쯤 최형우부총재·황명수간사강과 함께 숙소인 601호실로 올라가 문을 걸어 잠근채 30여분간 밀담.
세사람은 9시4O분쯤 박찬전의원이 방에 들어간 외에는 사진기자들의 입실까지도 허용하지 않는등 보안에 신중을 기하면서 계속 숙의.
9시50분쯤 최부총재, 황간사강은 함께 601호실을 빠져나왔는데 최부총재는『잘됐느냐』 는 질문에 『잘되고 뭐고가 있나…총재는 당의 큰어른인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밝은 표정을 지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음을 시사.
최부총재는 또『총재께서 오늘 올라가려 했는데 몸도 피곤하다고 해서 내일아침 일찍 올라가시도록 했다』고 말해 자신이 이총재의 상경을 강력히 재촉했음을 암시하고『3자관계가 양김회담내용의 전달이 과장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것은 사실이지만 세분이 만나면 모든것이 해결될것』이라고 낙관.
최부총재는 3자회동은 이총재가 서울에 올라간뒤 가장빠른 시간안이라고 했고 황간사장은 『내일 오후 혹은 모레아침에 세분이 만나게될것』이라고 했다.
최부총재는 또『이총재가 오해하고 있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에『구체적인 것은 세분이 만나면 해결된다』고만 했고 황간사장은 『이 시국에 이총재는 신민당총재이전에 4천만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세분이 만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것』이라고 거들기도.
두 사람은 10시넘어 호텔을 나섰는데 최부총재는『서울에 가는 즉시 상도동·동교동에 가겠다』고 말했다.

<보도진과도 접촉회피>
○…이번사태에서 가강 입장이 미묘한 것으로 보이는 김영삼신민당상임고문은 8일상오 상도동자택으로 찾아온 이기택부총재, 김현규총무, 김동규총재비서실장, 홍사덕대변인등 당직자와 계보중진인 김동영·서석재·심완구의원등과 이총재의 온양행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으나 보도진과의 면담은 일체 회피하고 함구로 일관.
김고문은 7일저녁에도 집으로 찾아온 조홍래정책위의장대행과 전화를 걸어온 김총무와의 접촉도 일체 거절했고 측근을 통해 『오늘은 피곤하다. 좀 쉬어야겠다. 아무할말도 없다고 해라』고 지시해놓고 계속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
금고문은 8일상오에는 잇달아 찾아온 당직자들과 연쇄 구수회담을 나눈뒤 상오10시20분쯤 보도진들이 기다리고 있는 응접실로 내려와『내가 지금 얘기할게 아무것도 없으니 묻지말라』고 한마디 던지고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계보 사무실인 민족문제연구소로 출발.
김고문과 만난 당직자와 측근들도 일체 함구할 것을 지시받은듯 『차나 한잔 마시고 내려왔을뿐 아무 얘기도 없었다』고 요담내용의 설명을 한사코 거절.
그러나 김총무는 『이총재의 병행투쟁론이나 두김씨의 말씀에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달과정에 차질이 있었던것 같다』면서 『이총재가 오히려 후원세력들에 둘러싸여 소외되는것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해명해 주려는것 뿐이었는데 문제가 지나치게 확대된 느낌』 이라고 이총재의 행위가 지나치다고 슬쩍 지적.
그러나 김총무는 『두김씨의 말은 민주화조치 7개항을 젖혀두고 직선제만 고수하라는것도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듯 그대로 싸워나가면 되는것』이라고 이총재의 병행투쟁론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피력. 그러면서도 김총무는 『그러나 이 시점에 병행투쟁이라는 용어가 내각제수용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분명히 해야될 필요성은 아직도 상존하고 있는것으로 김고문이 생각하고 있더라』 『실질적으로 같은 투쟁을 하더라도 낱말 하나로 오해를 받아서야 되겠느냐』고 주장해 아직 불씨가 남아있음을 시사.
이날 사전약속 때문에 잠시 들렀다는 이기택부총재는『이총재가 뭔가 큰 오해를 해 과민반응을 보인것같다』면서 『어쨌든 빨리 만나서 오해를 풀고 당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건의했다』고 설명.
한편 김고문의 한 측근은 김고문의 계속 되는 함구에 대해 『이런 상태에서는 무슨말을 할수있겠느냐』면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총무와 김비서실장은 이날상오 이총재를 만나 설득키위해 온양으로 출발.

<김고문말로 빚어진것>
○…8일상오 민권회사무실에서 열린 동교동계모임은 약2시간반의 마라톤대책회의끝에 이번 사태는 두김씨의 뜻이 잘못 전달돼 일어난 것』이라고 일과성 해프닝으로 규정.
회의가 끝난후 이중재부총재는 발표를 통해 『어제 얘기는 잘못 전달된것 같다』면서 『두김씨는 지금까지 직선제와 민주화는 병행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것』이라고 해명.
그러나 이부총재는 『이번기회에 대통령직선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변경될수 없으며 어떤 것과도 바꿀수 없는 당론임을 확인하고 또 이민우구상으로 일부 국민들 사이에 생기고 있는 오해는 철저히 불식돼야할 것』이라고 말해 한자락을 깔았다.
이에앞서 김대중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직선제와 민주화는 병행추진돼야 한다는게 본인의 주장이었으나 대통령직선제에 더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앞서 7일 저녁 자파부총재들과 회의한 김씨는『이번사태는 김영삼고문의 말로 빚어진 것이므로 두사람 사이에 해결할 문제』라며『나는 3자회동에 나가면 앞으로 신민당과 거리를 두겠다는 말을 하려고했다』고 피력.

<이총재체제 계속되길>
○…민정당은 8일상오 노태우대표위원주재로 이춘구사무총장,이한동원내총무,심명보대변인이 참석한 가운데 당직자간담회를 열어 신민당사태를 논의, 심대변인은 회의후 『야당의 이번 사태는 우리가 예기치 않은것이며 길게 끌어서는 국민과 개헌정국에 임하는 여당의 입장에서 이로울게 없다』고 언급.
심대변인은 『야당 내부혼란이 빨리 가라앉아 이민우구상에 관한 여야협상무드가 고착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이제까지 이총재를 공당대표로서 그의 발언을 믿고 대응해 왔으며 이총재의 지도력이 지속되기 바란다』고 당의 입장을 설명.
한 당직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 결국 여론의 흐름을 외면한 두김씨가 망신당한 꼴이 아니냐』고 해석하면서『이 시점에서 민정당이 이러쿵 저러쿵하면 두김씨가 이를 빌미로 화살을 우리쪽으로 돌릴것이므로 우리는 사태가 가라앉을때까지 논평을 자제할것』이라고 설명.
이 당직자는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두김씨에 대한 이민우총재의 위치가 강화되고 그의 발언권및 정치적운신의 폭이 넓혀지게 될것』이라며 『따라서 13일 3당대표회담의 의미도 전혀 퇴색하지 않을것』이라고 전망.
그는 또『야권의 이같은 사태가 개헌일정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앞으로 어떤 돌발적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개헌일정을 고정적으로 잡아놓지 않은만큼 이 사태가 개헌전략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것』이라고 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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