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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대신 살아줄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애들의 장래가 걸린 대학 학과 선택이 어떻게 학교의 실적경쟁 대상물일 수가 있단 말입니까』
지난5일이후 신문사에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학부모·수험생의 전화가 줄을 잇고있다.
제도를 탓하며 비분강개하는 학부모, 자세한 수험자료를 알려달라는 수험생, 심지어는 자신의 점수에 맞는 학과를 골라달라는 억지파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
이들 전화중엔 일부 고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명문대 진학자 숫자를 늘리기 위한 「강제지원」의 병페를 고발하는 내용도 심심찮다.
『진학상담을 하러갔다가 한바탕 싸움을 하고 오는 길입니다. 누군들 명문대를 싫어하겠읍니까만 적성에 맞는 학과를 팽개치고 무조건 명문대만 강요하니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다는 겁니까?』학부모의 언성을 높인 항변-. 명문대 진학 실적에 따라 보너스·위로여행등의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소문엔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극심한 학교간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고교평준화가 실시된뒤 다시 등장한「신흥 명문」 -. 이 「칭호」는 오로지 명문대 진학자 숫자에 의해 붙여졌고 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된 것이다.
더구나 올해 입시는 수험생의 점수를 알고 진학 지도를 하는 선시험-후지원 제도에서는마지막이므로 「실적」을 올릴수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서 명문대 합격자 늘리기 경쟁이 유달리 치열하다는 것이다.
『명문대 합격자 숫자로 담임교사의 능력이 평가되는 풍토에서 어느정도의 무리는 피할수 없읍니다. 또 학부모에 대해 면목도 서고요』진학지도 교사의 고충도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적성을 무시한 대학진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너무 뻔하다.
빗나간 진학지도로 정작 적성을 갖춘 수험생의 진학길이 막힌다면 도대체 대학입시의 기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문교행정당국은 입시제도의 시행착오가 일선교육현장의 곳곳에서 이런 병폐를 낳고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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