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턱없이 올린 공증수수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느닷없이 공증수수료가 최고 13배나 인상되었다.
해방후 별의별 공산품과 공공요금의 인상이 거듭되었지만 이번과 같은「대폭」은 그 유례가 없을성싶다.
법무부 당국자는 일본의 공증수수료가 5천엔 수준이어서 우리수준으로 보아 그리 과하지 않은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9분의1밖에 안되는 소득 격차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지 궁금하다.
공증수수료는 공공요금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경제활동이 왕성해지고 계약사회, 신용사회가 본격화하면 할수록 공증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게 마련이다.
예전에는 이웃간에 돈을 빌려주더라도 구두언약으로 끝나거나 차용증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계약서에 인장과 무인을 거푸 눌러도 미덥지가 않아 으례 공증인 사무소를 찾는다. 자동차 매매때 흔히 보듯이 웬만한 기업들도 고객과의 계약행위에 공증을 필수로 하고있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전국의 공증건수가 3백만건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를 잘 입증해준다.
한해에 국민 열사람 가운데 한사람 꼴로 공증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증이 국민 경제활동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를 충분히 알 수있다.
이처럼 공증시장은 넓고 앞으로도 날로 넓어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얼마 안되는 공증인이 이들 시장을 독점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누리려하고 있다.
공증인이 될수있는 대상은 판사·검사·변호사등의 유자격자증에서 법무장관이 임명 혹은 인가해준 변호사나 검사 또는 합동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에 한하고 있다.
이때문에 공증인으로 임명된 변호사는 전직 법무장관등 전국에 15명에 불과하다. 서울엔 6명, 부산·대구등지에는 각 2명뿐이고 광주에는 단 1명도 없을 만큼 희소하다.
합동법률사무소는 최근에 부쩍 늘어 73개소가 있고 법무법인도 15개가 있으나 대부분이 대도시에 밀집해 있어 26개지역에서는 관할검사가 공증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처럽 공증업무의 성격과 공증인의 배타적·독점적 지위, 관허수수료라는 점 외에도 이용자가 일반대중이라는 점에서 공증수수료는 공공요금과 다를바 없다.
이같은 공적요금을 납득할만한 인상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한꺼번에 턱없이 올린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해도 이만 저만 아니다. 사무실 임대료가 하루 아침에 몇갑절 올랐다든가 인건비가 대폭 인상되었다면 별문제다.
1건에 3천원만 올려도 연간 1백억원의 국민부담이 늘어나는데 사전예고나 폭넓은 번의조차 거치지않고 기습인상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로 볼 수 없다.
지금까지의 수수료 수준이 최고 10여배나 올리지 않으면 안될만큼 비현실적이었다면 그동안 전국의 공증인들이 출혈을 보고 불이익을 감수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공증취급법률사무소의 증가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싶다.
매매계약이나 유언등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하는「사실에 관한 공증」은 증서를 빈틈없이 작성해야하는 등 까다로운 업무의 성질로 보아 어느 정도의 수수료 인상은 수긍할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날인정도로 끝나는 공증까지 5백원에서 5천원으로 올린것은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공적요금의 인상은 누가 보아도 합리적이고 타당해야만 정당성이 인정되는 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