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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건조해 해운사에 싸게 빌려 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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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해운 경쟁력 강화 6조5000억 투입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에 6조5000억원이 지원된다. 신규 선박을 만들어 어려움을 겪는 해운사에 저렴하게 빌려주고, 해운사 소유의 배를 매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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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정부는 우선 해운사가 보다 쉽게 선박을 쓸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발표한 신규 선박 발주 금융 지원 프로그램인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선박펀드)’ 규모를 약 1조3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컨테이너선에서 벌크선과 탱커선으로 넓힌다. 펀드는 금융회사 60%, 국책 금융기관 30%, 해운사가 10%의 비율로 자금을 낸다. 해운회사는 이 펀드로 만들어진 신규 선박을 비교적 저렴한 용선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 해운사 선박도 구입해 임대
한진해운 처리할 방향은 안 나와

투자회사를 만들어 해운사가 가진 선박을 시장 가격으로 사들인 뒤 이를 다른 해운사에 빌려주는 방식도 활용한다. 부실 해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용선료 부담도 줄여 해운사의 원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자본금 1조원 규모의 가칭 ‘한국선박회사’를 설립한다. 정부가 80%,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0%, 민간이 10%를 출자한다.

박경철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한국선박회사는 우선 원양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상선의 선박을 우선적으로 인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라 국내 원양선사는 사실상 현대상선 한곳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선박회사는 해운사의 선박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사고 만일 과거 해운사가 배를 샀던 장부가격과 차이가 나면 차액만큼 해운사 지분을 사들임으로써 자금지원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A상선의 선박의 시장가격이 5000억원, 장부가격이 1조원이라면 한국선박회사는 5000억원을 주고 배를 사고, 차액인 5000억원은 A상선에 출자를 한다.

아울러 캠코 선박펀드의 중고선박 매입 규모를 1조원에서 2019년까지 1조9000억원으로 늘린다. ‘글로벌 해양펀드’도 개편해 선사들의 항만터미널 매입 등 국내외 인프라 투자에도 2020년까지 약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운사 구조조정에 대해선 ‘자율적 인수합병(M&A)을 유도한다’는 언급만 있었다. 한진해운에 대한 구체적 처리방향도 나오지 않았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이번 방안은 선박 건조 대책만 있을 뿐 ‘세계 5위권 원양선사 육성’이란 목표에 걸맞은 장기 전략이 없다”며 “정부는 경기 변동에도 안정적 화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해운사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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