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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북시대] 세대교체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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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다음 달 3일 실시될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정부 고위직에 신진 인사들이 속속 임명되는 등 북한의 세대교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1998년 9월 김정일(金正日)시대를 연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출범 당시 40~50대 신진 관료들을 대거 발탁한 데 이어, 김정일시대 2기 개막을 앞두고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이 최근 경제분야 책임자로 등용한 인물들이 모두 관련 업무에 정통한 경제실무자이자 '개혁 마인드'를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달에 전기석탄공업성 부상(차관급)에서 전기석탄공업상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된 주동일의 경우, 전력공업총국 부총국장과 정무원(내각) 전력공업부 부부장을 거친 북한 내 전력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최근 농업상에 발탁된 이경식(55) 역시 농업과학원 부원장을 지낸 농업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8월 평양에서 가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이 뜻만 통하면 여러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좋은 결실을 낼 수 있다"며 남북 농업교류에 강한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신임 김일근 개성시 인민위원장이나 이호연 남포시 인민위원장 역시 50대 초.중반의 경제전문가로 알려졌다.

고려대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최근 북한 인사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혁명1세대와 1.5세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동안 이들 밑에서 실무를 챙겨온 인사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이라며 "이는 북한이 이들을 중심으로 경제개혁을 본격 추진할 계획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세대교체 바람은 비단 경제분야뿐 아니라 공안(公安).교육 등 북한의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백학림(85)을 인민보안상(경찰장관)에서 해임하고, 그 자리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최용수를 임명했다.

신임 崔인민보안상(상장.한국군 중장급)은 군인 출신이 아니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오랫동안 공안업무를 담당한 당 간부로, 북한의 사법.검찰.공안기관을 총괄하고 있는 장성택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빨치산 출신으로 혁명1세대를 대표하는 백학림 북한군 차수(次帥.원수와 대장 사이)의 퇴진으로 이제 북한 내각에는 '혁명1세대'가 한명도 남지 않게 됐다.

이에 반해 북한 군부는 조명록 총정치국장(73).김영춘 총참모장(67).김일철 인민무력부장(70) 등이 이끄는 삼두(三頭)체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아직 세대교체 바람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26일 단행된 장성급 인사에서 지영춘 총정치국 부국장을 비롯, 이태원 공군 2사단 정치위원, 심상대 해군 정치위원 등 소위 북한군의 '정치일꾼' 3명이 상장으로 승진함으로써 이들의 급부상이 세대교체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 전현준(全賢俊) 선임연구위원은 "金위원장은 앞으로 2~3년간이 핵문제와 경제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 아래 충성심.전문성.참신성 등을 갖춘 새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며 북한 군부에도 서서히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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