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①"최순실, 네 죄를 알렸다"···그를 둘러싼 의혹 4가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성한 작가님이 시대정신인 줄도 모르고 내가 어리석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사건을 두고 인터넷에선 때아닌 사과 행렬이 이어졌다. ‘막장의 거장’으로 꼽히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막장'이라는 조롱 섞인 푸념이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복잡하게 뒤얽힌 막장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큰 줄기를 아는 게 필요하다. 어딜 가나 다 최순실 얘기뿐이라 뒤늦게 사건을 파악 중인 시청자를 위해 ‘최순실 사태 총정리’를 준비했다. 먼저 도대체 최씨가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 들여다 봤다.


국정 농단 의혹


기사 이미지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최순실씨의)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사과했다.

최씨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한 건 24일 밤이다. 이날 JTBC는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를 근거로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말씀 자료를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실제로 발언한 것보다 먼저 연설문을 열람했고, 고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는 “최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대통령)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보도 다음날인 25일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 등에서 (최순실씨의)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사과했다. 이틀 후 최씨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설문이)국가기밀인지 몰랐다“며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문제의 태블릿 PC엔 국무회의와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청와대 내부 문서 뿐 아니라 남북 군 접촉 기밀 내용이 든 문서, 박 대통령의 미공개 휴가 사진까지 다양한 청와대 관련 자료가 들어있었다.

이 태블릿 PC는 김한수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 이사로 있는 회사 명의로 돼 있었다. 하지만 JTBC는 태블릿 PC엔 최씨의 셀카 사진이 들어있었고, 안에 들어 있던 문서의 최종 수정자 이름이 최씨의 딸이라는 사실 등을 들어 최씨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자신의 태블릿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기사 이미지

검찰은 26일 서울 강남구 미르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올해 국정 감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두 재단 관련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미르재단은 한류를, K스포츠재단은 우리 스포츠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지난해 10월과 올 1월에 설립됐다. 재단 설립 자금은 대기업 출연금 774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두 재단은 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대비한 재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몰고 다녔다. 두 재단 모두 설립 신청 하루 만에 허가가 나고, 대기업들이 잇달아 거액을 출연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두 재단이 최순실씨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최씨의 단골 마사지센터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후 최순실씨가 주주로 있는 독일의 ‘비덱’과 ‘더블루K’ 등에 K스포츠재단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퇴임 후를 대비할 이유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개점휴업 상태이던 검찰 수사는 이후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사팀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은 데다 정작 중요한 압수수색이 늦어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는 의혹 역시 수그러들지 않았다.


딸 정유라씨의 입시 특혜 의혹


기사 이미지

정유라씨의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이대 교수와 학생들은 관련 해명과 함께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10월초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대학 입시와 입학 후 학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씨가 2014년 9월 실시된 이화여대 수시 전형에 체육특기자로 지원해 합격했는데, 그 과정에서 원서 접수 기간이 끝난 뒤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인정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엔 당시 체대 입시 평가에 참여했던 교수가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고 쓴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입학 후에도 A4용지 3장에 사진만 5장 첨부한 리포트를 내고도 B학점을 받거나 제출 기한을 넘겨 과제를 제출하고도 성적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정유라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10여일 만인 10월 17일 최경희 총장은 결국 사퇴했다.미래라이프대학 설치를 놓고 학생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던 와중에 정씨의 입시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대 사태를 계기로 최씨가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벌이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실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다시 주목받았다. 2013년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2등을 했는데, 이후 심판 판정에 대한 경찰 수사가 벌어지고 문체부가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당시 감사를 진행한 문체부 노모 국장과 진모 과장은 이후 전보 조치를 당했고, 결국 공직을 떠났다. 2014년 12월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노모 국장과 진모 과장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인사를 지시한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기타 의혹


기사 이미지

최씨의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 있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모습.[TV조선 캡쳐]

최씨가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에서 입는 공식 의상도 직접 골랐다는 의혹도 있다. 서울 강남 신사동에 ‘샘플실’로 불리는 사무실을 차려놓고 대통령의 순방 일정표까지 미리 받아가며 의상을 제작했다는 거다. 이 사무실에는 청와대 2부속실 이영선 행정관과 최씨의 측근으로 꼽히는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행정관이 드나들었다. 이와 관련해 윤 행정관이 3급 특채로 청와대 입성하는 과정에서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