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고아원에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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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적이는 어린이 송년 잔치 속 썰렁한 고아원.
세밑 동심이 엇갈린다.
크리스머스를 앞둔 연말 어린이 전용 식당등 호화 업소마다 어린이잔치·가족파티등 행사가 마련되고 예약이 줄을 잇고 있으나 고아원등 불우 시설을 찾는 발길은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올해는 호화망년회 단속설로 호텔파티예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으나 어린이 송년잔치는 여전하며 각종 성금걷기 러시로 고아원등 불우시설돕기 성금은 눈에 띄게 줄어 서울시의 경우 목표액 (13억원)의 10%선(1억8천만원) 밖에 접수되지 않았다.
◇호화어린이잔치=시내L·S·U호텔등 유명호텔의 뷔페식당과 강남의 G·T어린이 전용식당에서는 크리스머스가 낀 23∼26일까지 일류가수와 연예인·레크리에이션전문가를 동원, 호화판 어린이잔치를 준비중이며 좌석예약이 1백% 끝났다.
W호텔의 경우 크리스머스인 25일 하오1시 유명가수의 노래와 마법묘기·행운권추첨등을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는데 값은 어른 2만2천원, 어린이 1만5천원.
7백여석의 좌석중 6백여석이 예약이 끝났다.
H호텔도 25일과 26일 이틀동안 행운권으로 홍콩왕복비행기 티킷까지 걸어놓고 어른1만8천원, 어린이 1만2천원을 받고있으나 대부분의 좌석이 예약됐다.
어린이 전용식당인 서울역삼동 T식당의 경우 1인당 7천원꼴의 식사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1백20석의 좌석이 유치원생의 망년회·생일파티로 꽉 차 예약이 어려울 정도이며 신사동 G식당도 연일 6∼9세의 어린이들로 붐비고 있다.
◇고아원=서울도봉동 도봉유린원(원강 이영철·48)의 경우 예년 같으면 10여건의 성금이 들어왔었으나 올해는 3건밖에 접수가 안된 상태.
원장 이씨는 『아시안게임·평화의 댐 등으로 성금이 몰리다보니 올해는 월동난방비1백50만원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며 『어린 원생들이 TV에서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화려한 연말분위기를 보면 더욱 쓸쓸해 할 것 같아 그런 장면은 보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서울개화동 지온보육원 (원장 최윤권목사·55) 도 해마다 12월에는 10여건의 성금이 들어왔으나 올해는 5건밖에 들어오지 않아 80여명의 원생들이 추운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을씨년스런 분위기.
원생 김모양(10·B국교3년) 은 『작년에는 직장·교회에서 많이 와주었으나 올해는 아직까지 크리스머스 트리도 준비가 안돼 썰렁하다』고 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서울시에서는 이달중 13억원의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모금키로 하고 모금운동을 펴고있으나 지난18일까지 걷힌 성금은 10%선인 1억8천65만4천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억5천만원의 성금이 접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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