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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무인 카메라 멧돼지는 공격, 담비·삵은 도망, 너구리는 쳐다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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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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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무인센서카메라에 찍힌 노루.

국립공원 내 포유류 연구엔 무인센서 카메라가 주로 활용된다. 동물 움직임을 포착하면 자동으로 촬영하는 방식이다.

카메라 활용 이전엔 포유류의 배설물이나 발자국으로 개체를 추정해야 했다. 지금은 카메라 영상으로 멸종위기종의 특정 지역 서식을 확인한다. 환경부는 지난 6월 월출산에서 담비 네 마리가 무리 지어 활동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2012년엔 담비 두 마리가 새끼노루를 사냥하는 이색적 모습이 촬영된 바 있다.

지난해 오대산·월악산에선 길이가 30㎝ 넘는 제법 큰 덩치의 고슴도치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립공원연구원 김의경 박사는 “그간 국내에 서식하는 고슴도치는 크기가 작다고 알려졌는데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멧돼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공격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번쩍’ 하고 플래시가 터지면 달려들어 카메라를 부술 때도 있다. 담비나 삵은 흔히 카메라를 보면 회피 반응을 보인다. 너구리는 카메라를 뻔히 쳐다보는 모습이 찍힐 때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들이 “제발 카메라에 한 번 찍혔으면” 하고 기대하는 동물은 표범이다. 멸종위기종 1급인 표범은 한반도에선 사실상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에 마지막 개체가 포획된 이후 배설물 등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따금 강원도 양구·화천에서 목격담이 나오고 있지만 카메라에 찍힌 적은 없어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 번만 찍혀도 ‘대박’인 셈이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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