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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닮아가는「이란게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워싱턴=장두성특파원】한달반동안 계속되어온 이른바 이란게이트 사건은 당사자들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 새로운 혐의사실이 밝혀짐으로써「닉슨」대통령의 사임을 몰고왔던 워터게이트사건을 닮아가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혐의사실은 이란에 판 무기대금의 이익금중 일부가 니카라과 반군 지원법안에 반대해온 민주당의원및 후보들을 낙선시키고 반대로 이를 지지하는 공화당후보들을 지원하는 정치자금으로도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주의 지방신문인로 웰 선지가 처음 보도한 이혐의 사실은 이익금중 5백만달러가 이런 목적에 사용됐으며 이번 스캔들의 주역중의 하나인「노드」중령이 이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자금을 받은 보수파 정치후원 단체인「센티널」은 니카라과 반군 지원법안을 반대한 민주당의원을 비애국적 인사로 묘사한 TV선전광고를 냈다. 한광고는 민주당후보의 얼굴주위에 「카스트로」 쿠바대동령,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및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의 모습을 곁들여 마치 그 후보가 국제공산당원인 것처럼 선전했다는것이다.
이와같은 흑색선전속에 지난 중간선거에서 상원 후보전에 낙선된 메릴랜드주의「마이클 반스」하원의원은 실제로 무기판매 이익금이 자기에 대한 선전비로 이용됐는지를 조사하도록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이 혐의가 확인될 경우 당사자들은 선거법 정부재산침해법및 공무원선거 간여금지법등에 저촉돼 체 형을받게 된다.
이 혐의는 당사자들에게 타격을 줄뿐 아니라 이번 스캔들을 통해 백악관이 내세울수 있었던 최소한의 도덕적 정부성 까지도 위협함으로써 이번 스캔들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까지 안고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란 무기판매와 니카라과 반군지원공작은 비록 의회와 국민을 속이고 법을 어겼다 하더라도 전략적 인도적 동기에서 나왔다고 설득할만한 정당성을 갖고 있었다.
인질석방을 위해 무기를 제공한것이 테러범과는 흥정을 않는다는「레이건 외교」의 대원칙을 깨뜨렸지만 인질의무사귀환을 의한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여론의 호응을 얻을 여지는 있었다. 니카라과 반군지원도 미국 보수세력들의 염원이기 때문에 지지기반이 전혀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란에서 받은 돈으로 국내정적의 낙선을 겨냥한 흑색선전을 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 온갖 불법을 자행한「닉슨」과별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스캔들이 장기화하면서 관심은 점점 더「레이건」대통령자신에게로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간간이 있어온 외교정책상의 혼란이 다시 거론되고 이번 스캔들의 사후대책을 둘러싸고「레이건」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무력성과 겹쳐서 과연 그가 외기를 관리할 의도나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까지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그와 같은 평가는「레이건」대통령 스스로 모든 진상을 밝히겠다고 공언했으면서 스캔들의 주역인「포인텍스터」안보담당 특별보좌관과 그의 부관「노드」중령이 의회증언에서 증언을 거부했을때 군통수권자의 권한으로 그들에게 증언을 명령하지 않은 사실로써 더욱 굳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레이건」대통령이 이번 스캔들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연작전을 쓰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판매 이익금이 국내 정치공작금으로 유용됐다는 최근의 보도가 보여주듯 이 스캔들은 오래 계속될것 같으며 지연작전은 오히려 의혹을 더욱 가중시킬것이 틀림없다.
상원외교위가「리건」백악관비서실장의 증언을 요청한데 대해「레이건」대통령은 그의 증언을 합법적으로 막을수 있는 항정특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를 청문회에 출두케 함으로써 자기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하고 있다. 그러나 스캔들의 주역인 「포인덱스터」와「노드」가 증언하지 않는한 이 스캔들은 끝날것같지 않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때 이란게이트와 워터게이트사건은 몇가지 유사점도 있고 상위점도 있다.
두 사건이 비슷한 점으로는 ▲백악관 NSC등 국가기관의 공신력 실추 ▲매스컴의 호된 비판 ▲비밀주의 ▲특별검사 임명등이다.
반면에 이 두사건의 상위점으로는 ▲워터게이트가 순전히 미국 국내문제였던데 반해 이란게이트는 다른나라와 얽힌 외교문제라는 점 ▲워터게이트의「닉슨」과 이란게이트의「레이건」이 사건처리를 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점등을 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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