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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인사 유난히 많았던 ’86재계|사장급 거의 집안에서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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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는 예년과 달리 재계의 승진인사가 많았다.
연초 삼성의 1백25명, 현대의1백10명 등 대규모 임원승진인사를 비롯, 대표이사급도 외부영입보다는 내부승진이 많았던 한해였다.
삼성과 현대가 대규모 승진인사를 한데 비해 럭키금성그룹은 소폭이지만 이례적으로 문책인사를 단행, 큰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위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그룹의 경우 이제는 정주영회장의 장남이 된 정몽구씨가 5개회사를 맡음으로써 후계자 정지작업을 진행중이라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 고준식 포항제철고문이 노사분규 때문이긴 했지만 연합철강을 인수한 동국제강의 경영진을 제치고 사장을 맡은 것도 빅뉴스중의 하나다.

<실적인정 더맡겨>
○현대강관·현대정공 현대자동차서비스 3개사를 맡고있는 정몽구씨가 지난 11월29일 현대산업개발(한라건설과 한국도시개발합병) 을 맡은데 이어 12월13일에 인천제철사장도 맡았다.
정몽구씨가 그 동안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그룹내 32개사중 5개사를 맡게 되자 재계에서는 후계자문제와 관련, 매우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은 『정몽구사장이 그 동안 3개사를 경영해오면서 뛰어난 경영실적을 보임에 따라 더맡겨도 되겠다는 정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일뿐』 이라며 후계자설은 성급한 관측이라고 해명.

<.럭키-구 관례 깨>
○럭키금성그룹은 지난 2월 사장급 2명의 퇴임과 전보만 단행, 조촐한 인사에 그쳤다.
그러나 이같은 럭키금성의 인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성전기 김용승사장과 럭키엔지니어링의 홍성언사장 등 골수 금성맨이 문책인사로 후선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또 허진구금성사 사장과 구자학럭키사장이 자리를 맞바꾼 것도 주목을 끈다.
내부적으로는 어떻든 대외적으로는 럭키금성그룹중 럭키라는 상호가 들어간 쪽은 구씨 계열이, 금성상호가 들어간 쪽은 허씨 쪽이 맡는 것을 관례로 해왔던터라 인사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이밖에 구자경회장의 장남 구본무씨가 전무로 올라선지 1년만에 기조실부사장으로 승진, 3세계승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3세 계승 본격화>
○재벌그룹의 대표이사급 이상 인사에서 승진인사가 가장 많았던 곳은 한국화약그룹.
정아그룹과 한양유통을 인수하는 등 체중이 늘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대표이사급만 6명이나 자체 승진했다.
김승연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한양유통상무가 사장에 올라선 것을 비롯, 박정수 빙그레전무가 대표이사전무로, 남욱 한양유통사장이 그룹부회장겸 정이사장으로, 조관현 한국종합기계전무가 대표이사전무로, 신영철 삼희투금감사가 대표이사부사장으로 승진돼 각각 회사를 이끌게 됐다.
효성그룹은 지난1월 효성기계사장에 이현상대전피혁사장을, (주)동성사장에 하영준대전피혁종합조정실장을, 원미섬유사장에 김윤재효성물산부사장을 각각 승진발령.
선경그룹은 정찬주합섬사장과 종합건설의 조종태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이승동합섬부사장을 합섬사장에, 김종헌건설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에 각각 승진, 발령했다.
삼성은 정재은 삼성전자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사장을 물러남에 따라 한형수 제일 합섬사장이 자리를 이어 받았다. 이에 따라 공석이 된 제일 합섬사장에는 안시환동방생명부사장이 앉았고 김정상호텔신라부사장은 삼성시계사장으로 승진.
현대그룹의 경우 대표이사급에서 승진인사는 단 2건밖에 없다. 오준문 현대증권사장이 증권사고로 구속됨에 따라 최남철 현대해상화재부사장이 승진돼 현대증권을 맡았고 한상량 현대중전기전무가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됐다.
이밖에 한일 합섬은 변철규 한효개발사장이 동서석유화학사장으로 옮김에 따라 김성규 전국제상사 부사장을, 두산그룹은 민병준사장이 백화양조·OB베어스·두산컴퓨터 3개 겸임 중 컴퓨터사장자리를 내놓음에 따라 민경훈부사강을 승진시켜 사장으로 앉혔다.

<대평양선 외부영입>
○신현확전총리가 삼성물산회장으로 영입된 것을 제외하면 정부쪽 출신 거물급 인사의 재계영입은 없었던 셈.
자체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영입이 가장 많았던 그룹은 태평양화학으로 3개 계열사의 사장을 외부에서 모셔왔다.
동방증권 김정현씨가 사망함에 따라 그 자리에 전 자보부사장 정영무씨를, 태평양제약사장은 조권순씨가 물러나고 대신 정명진 삼천당제약부사장을, 태평양금속사장에는 홍종화 동양제사대표이사를 각각 영입했다.
한국화약은 건설의 신현기씨가 경영일선에서 부회장으로 후선에 물러나자 김기택씨 (육사11기)를, 이글스사장 노정호씨가 고문으로나 앉자 김영규씨 (예비역소장)를 각각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밖에 삼성종합건설은 이강태 사장이 물러나고 박기석씨 (전건설부장관)가 사장이 됐다.
대우는 주불대사를 지낸 윤석헌씨를 그룹부회장으로 영입, 해외영업부문을 관장토록 했다.

<부회장에 윤전대사>
○영입 케이스보다는 사장자리를 둘 셋씩 겸임한 경우가 더 많다.
현대 정몽구씨가 5개사 사장을 겸임한 것을 비롯, 현대에서는 박재면현대건설부사장이 현대종합목재사장을 새로 겸했다.
태평양화학의 한정섭사장은 그룹의 주력기업인 태평양화학 사장자리를 황영규씨에게 넘겨주었으나 그룹경영관리본부사장 태평양물산사장 태평양화학부회장을 겸하게 됐다.
이밖에 김용원 대우자사장이 대우전자부품을, 배도 효성물산 공동 대표이사가 그룹종합조정실장을, 한태희럭키개발본부 및 해외담당사장이 럭키엔지니어링사장을, 구자원 신영전기사장이 럭키개발국내 담당사장을 각각 함께 맡았다.

<현대, 수평이동 많아>
○대표이사급의 수평이동이 가장 많았던 곳은 현대그룹이다.
김종규 현대중전기사장이 대한알미늄 사장으로, 최동식 현대건설부사장은 현대종합목재사장으로, 최수일 현대산업개발부사장은 인천제철부사장으로, 그리고 심현영인천제철부사장이 현대산업개발부사장으로 각각 옮겨 앉았다.
한국화약은 오재덕빙그레 부사장이 회장실부사장으로, 이상운한국화약부사장이 (주)산다부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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