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단국대 청강생…75학번 동기 “수업서 본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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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의문의 대학 생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여)씨가 지금은 폐지된 ‘청강생 제도’를 통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수업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학위증 없는 수료 과정 있어
70년대 중반 박 대통령 만난 뒤
학업 멀리하며 당시 영애 수행
새마음봉사단 대학생 회장 맡아

1960년대부터 활성화됐던 청강생 제도는 당시 입학시험을 통과하지 못해도 입학금·수업료 등을 내면 ‘정원 외’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학점을 이수하면 수료증도 줬다.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도입됐는데 ‘학위 장사’ 논란에 따라 81년 폐지됐다.

26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최씨는 75년 단국대 영문학과에 청강생 제도를 통해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학 기간에 수업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최씨의 동기인 A씨(60·여)는 “나는 (최순실씨와) 같이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최씨가) 수업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복수의 단국대 영문학과 동문들도 “최순실이라는 후배가 있는지 몰랐다. 언론 보도를 통해 단국대 출신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정원 외인 청강생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단국대 관계자는 “학적은 개인정보라 본인 외에는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최씨가 청강생으로) 수료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학부를 청강생으로 수료한 뒤 학사 학위도 없었지만 이후 최씨는 단국대 대학원 영문학과 연구과정생 신분이라고 외부에 밝혔다. 연구과정생은 정식 석사과정과는 다르다.

최씨는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씨의 소개로 70년대 중반께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최태민씨는 자신이 세운 단체인 ‘대한구국선교단’에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추대하고 이후 ‘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꾸며 조직을 키웠다. 새마음봉사단 산하에 중고생과 대학생 조직도 만들었다. 최태민씨는 새마음봉사단 활동 등을 하면서 박 대통령과 가까워졌는데 딸 최씨를 박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도 새마음봉사단 활동을 할 때로 알려져 있다.

딸 최순실씨가 정확히 언제부터 새마음봉사단 활동을 시작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씨가 수업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동기생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씨가 청강생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 새마음봉사단 등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은 76년 새마음봉사단의 총재를 맡았고, 최씨는 79년 새마음봉사단 대학생 총연합회장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최씨는 79년 6월 10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제전’에서 박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밀착 수행했다. 당시 최씨는 단국대 대학원 영문학과 연구과정생 신분이었다. 단국대 영문학과를 수료해 학사 학위도 없던 최씨가 대학생 총연합회장을 맡은 것은 의문이다.

경기도 내 한 사립대 관계자는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각별한 인연이 드러난 점에 비춰 볼 때 대학 청강생 시절 최씨가 학업에 관심이 없었다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당시 영애(박 대통령)를 모시기 위해 그런 것 같다”며 “70년대 후반에는 교수님께 양주 한 병만 드리면 낙제를 면하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80년대 후반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 원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은 한국문화재단 부설 연구원 부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씨는 89년에 『어린이 버릇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사회문화적 환경변인에 따른 아동의 발달 격차 연구, 인지발달을 중심으로』를 공동 저자로 참여해 출간했다.

한편 최씨의 딸 정유라(20)씨는 서울 청담고 3학년 재학 시절(2014년) 총 수업일수 193일 중 131일을 결석했는데도 대한승마협회 공문 덕분에 모두 공결(공적인 사유에 따른 결석)로 처리돼 서울시교육청이 감사 중이다. 정씨는 이화여대에 입학해 수업을 빼먹고도 불이익을 받지 않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는 올 1학기에 6개 과목을 수강하면서 출석을 거의 하지 않고도 C학점 이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학사 제적 경고까지 받았지만 학칙이 개정되면서 구제됐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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