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새 장소(7)-생활의 활력 노래로 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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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주부들끼리 또는 부부동반으로 모이는 기회가 크게 늘면서「언제 어디서든 선뜻 나서서 부를 수 있는 노래」에 대한 아쉬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어머니 가곡 부르기」「모두 함께 노래를」「주부합창」등의 이름으로 실시되는 강좌나 그저 다함께 노래부르는 프로그램들이 주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것도 바로 그 때문. 그런가하면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지난 9일 상오 8시30분 서울종로2가「싱얼롱 하우스」에는 간편하고 밝은 옷차림의 30∼50대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하오 2∼4시에 함께 노래부르며 즐겨온「노래 벗」들이 수안보온천으로 나들이 가기로 한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몇몇 주부들이 다방 한쪽에 있는 무대위로 올라가 피아노를 치며 『오빠생각』이니『퐁당퐁당』노래를 부르자 여기저기서 따라 부르거나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며 흥겨운 분위기. 소풍날 아침의 어린이들만큼이나 밝고 명랑한 표정들이다.
『부부동반 외출이야 싫을리 없지만 돌아가며 노래부르는 순서 때문에 무슨 모임이 있다는 얘길 들을 때마다 지레 겁먹곤 했어요. 하도 답답해서 가요학원에도 가봤지만 그런데서는 가수지망생 위주로 가르치니까 아무래도 안되겠고…아침 주부들끼리 모여 노래배울 수 있다기에 3개월 전부터 여기에 나왔죠. 이번 연말 모임에는 애꿎은 남편 팔만 멍이 들도록 꼬집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자칭「음치」라는 50대 주부는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이래「노래공포」에서 벗어났다며 활짝 웃었다. 그런가하면 집안 일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활의 활력소를 얻고자 노래하러 나온다는 주부도 흔하다.
『학교시절에 부르던 노래들은 추억을 새롭게 하고 온 가족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들도 배우니까 가족단란에 도움이 됩니다. 마음껏 노래부르며 기분을 풀고 나면 가족들에게도 한결 밝게 대하니까 남편과 자녀들도 좋아해요』라는 이춘옥씨(45·서울 강동구 잠실동)가 바로 그런 경우.
지난 3월부터 매주 화·목요일 오후 주부들끼리 모여 노래부르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온 「싱얼롱 하우스」이신영씨는『친구끼리 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친정어머니와 딸 자매, 동서가 함께 노래부르러 나오는 주부가 매번 1백여 명쯤 되고 연령 층은 40∼50대가 대부분인데, 60세가 넘은 주부들도 점점 느는 추세』라고 말한다.
주부들에게 가요나 가곡 등을 지도하는 동아문화센터와 파르코백화점 문화교실에는 2백∼3백 명의 주부들이 몰려 성황. 지역사회 학교후원회 어머니교실이나 서울YWCA·가정대학 등 주부대상 프로그램에서도 노래부르기는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매월 첫째·세째 목요일 하오 1시 동방플라자에서 열리는「가곡의 광장」에도 1백∼2백명이 모여 신나게 노래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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