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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통제, 중국업계에서도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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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여행상품 단속과 함께 한국행 유커의 숫자를 통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중국 내 여행업계에서도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당국은 24일 관내 주요 여행사 임원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저가여행 및 유커 숫자 통제 지침을 전달했다. ▶한국으로 내보내는 저가상품을 규제하고 ▶현지에서의 쇼핑은 하루 한차례로 제한하며 ▶한국행 관광객 숫자를 제한하라는 등 지난주 상하이(上海)·저장(浙江)·안휘(安徽) 등지에서 전달된 내용과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 자리에선 한국행 유커를 줄이고 대신 필리핀으로 보내는 숫자를 늘리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방침에 대해 여행 업계에선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여행업 관계자는 "여행객의 수요에 따라 상품을 만들어 보내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상당수 업체가 내년 봄까지 전세기 운항에 맞춰 가계약을 해 놓은 상태여서 갑작스런 지침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행 유커로 대체하라는 지시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 여행업체 씨트립의 판촉 담당자는 "한류(한류)와 같은 '페이류(菲流·필리핀 유행)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현지 치안도 안 좋아 필리핀 관광은 한국 관광의 대체상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 당국의 조치들은 표면적으론 저가 여행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형태를 띠고 있다. 중국 관광행정을 총괄하는 국가여유총국은 대상 국가를 특정하지 않고 저가여행감독방안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하지만 일선에 내려가는 구두통지는 한국 상품에 집중돼 있고 일부 지역에선 태국 관광 상품에 대한 언급도 포함돼 있다. 한국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행 대신 필리핀 여행을 대신 늘리라는 지시까지 내려간 점으로 볼 때 아무래도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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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여행사들에 한국 여행을 20%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상황을 잘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중국 정부는 다른 국가와 인문 교류를 증진하는 것을 격려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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