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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록물 유출, 대통령도 수사 대상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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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순실(60)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 열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청와대 기밀 유출’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록물관리법상 처벌 가능하지만
현직 대통령은 형사 소추 제외
검찰, 최순실 태블릿PC 확보 분석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씨가 사용한 삼성 태블릿PC 1개를 확보해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PC 분석을 맡겼다”고 25일 밝혔다. 이 PC는 JTBC가 지난 24일 “박 대통령 연설문 44건 등 200여 개 파일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한 태블릿PC다.

검찰 내에선 최씨의 연설문 수정 등의 행위를 두고 “여론 수렴을 위한 박 대통령 통치 행위의 연장선”이라는 주장과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무게 추는 엄정 수사 쪽에 더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 본인이 최씨에게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최씨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한 만큼 검찰의 수사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도 주목된다.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 기록물관리법에서 정한 불법유출 행위의 주체는 대통령을 제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라는 전제가 있는 조항”이라며 “청와대가 작성한 모든 기록물에 대한 무단 유출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현직 대통령의 형사면책을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재임 시 기소는 못하더라도 기소중지 절차는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법조계에선 청와대 문건이 사전에 최씨에게 전달됐다면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최씨가 넘겨받았다는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은 대통령 기록물이라서 유출하면 형사처벌된다.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박관천 전 경정이 이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2015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 10여 건을 박지만 EG그룹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국민 여론 수렴 차원에서 최씨를 활용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만큼 최씨 행위 역시 통치 행위의 틀 안에서 검토할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용우 사회본부장과 권모 팀장, K스포츠재단 노숭일 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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