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룸 레터] 판도라의 상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JTBC 뉴스룸 보도로 불거진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사태로 온나라가 벌집 쑤신 듯합니다.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봤다는 걸 보여주는 ‘파일’이 나왔다는 게 보도 내용입니다. 야권에선 ‘국정농단’으로 규정하며 ‘도대체 이게 나라냐’고 개탄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검찰이 JTBC로부터 파일이 담긴 태블릿 PC를 넘겨받아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연상되는 국면입니다.

대통령은 ‘말씀’으로 정치를 한다고 할 수 있지요. 대통령 연설문은 곧 ‘대통령의 말’입니다.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외부로 유출된다는 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차원을 넘어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해명하고 사과했습니다. 최순실씨와 관련해선 아직도 남아 있는 얽힌 실타래들이 있습니다. 그걸 푸는 것 또한 대통령의 몫일 듯싶습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년2개월 만에 다시 사과했습니다. 경영권 분쟁에 이은 검출 수사와 관련해서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는 반성과 함께 국민과 사회가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반복되는 데자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혹자는 이번에도 믿을 도리밖에 더 있겠나 싶기도 하겠지요.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굴러간다는 명제 앞에서 말입니다. 롯데그룹은 5년간 40조원 투자와 7만 명 신규 채용 등 쇄신안을 함께 내놨습니다. 성공적인 쇄신으로 미온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조금이나마 가셔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문단 내 성추문 논란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양상은 조금씩 다릅니다만 해당 분야에서 ‘권력’을 쥔 남성이 ‘갑을관계’에 있는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구도는 엇비슷합니다. 문제는 이런 행위들이 관행 혹은 예술가의 기행으로 치부되면서 알고도 쉬쉬하는 측면이 있지 않았나 하는 겁니다. SNS를 통한 피해자들의 잇따른 고발이 성추문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합니다. 그러나 오랜 병폐가 곪아터져서 모습을 드러낸 것 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상이 바뀐 걸 깨닫고 구습에서 벗어나는 문화예술계를 보고 싶습니다.

기사 이미지


숨가쁜 하루를 정리하는 메시지, [뉴스룸 레터]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신청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