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선주자 시절, 노무현 대통령 개헌 제안에 보인 반응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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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 [중앙포토]

2007년 1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했다.

대통령 임기를 11개월 남긴 시점이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14개월을 남기고 개헌을 제안한 것과 비슷한 시기다. 두 대통령의 지지율도 20%대로 비슷했다.

대통령 임기 1년을 채 남기지 않고 나온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제의에 당시 대선정국은 격랑에 휩싸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24일 박 대통령은 ‘4년 연임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중임제 개헌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당시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박 대통령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때 박 대통령의 유명한 발언, “참 나쁜 대통령”이 나왔다. 당시 이정현 공보특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책임정치 실현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자주 밝혀 왔지만, 지금은 결코 개헌을 논할 시점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선 정치권이 개헌보다 어려운 민생경제를 살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런 정략적 의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마무리할 일도 많을 텐데 왜 지금 개헌론을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개헌 논의 제안은 국민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개헌과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차기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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