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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옆에서 잠자던 '무단칩입男' 나체사진 찍었어도 '무죄'

중앙일보

입력

 
결혼을 약속한 동거녀와 함께 벌거벗은 채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던 남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폭행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를 인정 받으면서 형이 감경됐다.

수원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임재훈)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38)의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9일 오전 4시쯤 경기도 광주 자신의 집 안방 침대 위에서 벌거벗은 상태로 잠 자고 있는 B씨(31)를 발견했다. 4년 가까이 함께 산 동거녀는 거실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는데 B씨와 마찬가지로 옷을 입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흔들어 깨웠고, B씨는 아무런 설명 없이 황급히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가려 했다.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모습을 촬영했다.

이어 A씨는 B씨의 얼굴 등을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고, A씨에게 종이와 펜을 준 뒤 “무단침입해 강간하려고 했다. 도중에 남편에 걸렸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적도록 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B씨의 주거침입 등을 주장하며 증거자료인 나체사진을 넘겼지만 A씨의 폭행, 강요 등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꾸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은 “피고인이 자신의 동거녀와 피해자의 외도가 의심스러운 현장을 목격하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폭행 혐의 외에 성범죄까지 유죄로 인정했다. A씨의 동거녀는 B씨와 사귀는 관계로 밝혀졌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촬영 행위를 성범죄가 아닌 정당행위로 봤다. 재판부는 “자신이 집에서 예상치 못하게 만난 피해자가 옷을 입고 나가려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특별한 성적 의도가 없었다”며 “주거침입 등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찰 도착 전 촬영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고 무죄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A씨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원심처럼 유죄로 인정됐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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