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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저」 타고 흑자 원년 열었다|수출의 날 맞아 살펴본 「어제와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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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들어 우리 나라의 수출 실적은 11월24일 이미 3백억 달러를 돌파, 연말까지는 3백40∼3백45억 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수지도 10월말 현재 경상수지 기준 32억6천3백만 달러 (무역수지 30억3천2백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 흑자 시대의 막을 열었다.
수출입국을 지향한지 25년만에 새로운 이정표에 당도한 셈이다.
이렇듯 외형상 좋은 기록 속에 맞은 올해 수출의 날은 새로운 항로의 출발을 다짐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뜻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수출의 날이 제정된 것은 64년 1억 달러 수출 달성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때 1년에 걸쳐 달성했던 것을 지금은 하루에 해내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1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된 62년 우리의 수출 실적은 고작 5천5백만 달러, 수출 상품 품목 수 69개, 수출 대상국 33개국에 불과했다.
현재 수출 국가로서 세계 속의 우리의 위치는 수출액 순위에서 미국·서독·일본·프랑스·영국·캐나다·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대만·스웨덴 다음의 12위, 수출 상품 수 4천8백50 품목, 교역 대상국은 1백69개국 (특수 지역 포함 1백86개 지역) 에 달하고 있다.
내년에는 수출액 랭킹이 스웨덴 등을 제치고 10대 수출국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세계 총 수출액에서 우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62년의 0·04%에서 85년에는 1·7%로 크게 늘어났다.
1억 달러 수출 달성을 경축하던 64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10월말 현재 수리 선박을 제외한 실적 2백80억 달러를 수리 선박을 포함한 85년 동기 실적과 비교하더라도 19·7%, 수리 선박을 모두 뺀 실적 대비로는 28·1%의 신장률을 보여 80년대에 들어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함으로써 흑자 원년의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올해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른바 3저의 호기, 특히 엔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가 결정적 요인이 됐지만 작년 말까지 계속한 환율 실세화 조치와 수출 금융의 확대 등 정부의 지원과 품질 향상·신제품 개발·신시장 개척 및 원가 절감 등 업계의 노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공부는 3저 요인이 39%, 그밖의 품질 향상 등 구조적 요인이 39%의 비율로 국제수지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아래 급 신장세를 보인 올해 수출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자·자동차·기계 등 수출 상품의 고도화와 ▲섬유·신발 등 한때 사양화의 길을 걷던 품목의 수출 회복 ▲중소기업 참여에 의한 수출 저변 확대 ▲종합 상사 비중의 저하 ▲지역간 불균형의 심화 등으로 요약 될 수 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섬유류·합판·가발이 주종을 이루던 우리 나라 수출 상품 구조는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선박·전자 제품·철강 등 중화학 제품으로 얼굴이 바뀌면서 고급화의 길을 걸어 왔으나 올해에는 특히 전자·자동차 등 기술 집약 산업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전자 제품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의 14·1%에서 19%로, 자동차 및 부품 등이 2·3%에서 4·5%로 높아졌으며 특히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출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동시에 섬유류가 23·1%에서 25·6%로, 신발류가 5·2%에서 6·2%로 높아진 것도 특기할 변화로 지적 할만하다. 한때 사양 산업으로 낙인 찍혔던 이들 품목의 수출 신장은 환율조정에 따른 경쟁력 강화 외에 자체 품질 개선, 신상품 개발 등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시책에 힘입어 중소 무역 업체수가 85년 말의 3천43개에서 86년10월에는 4천8백69개로 1년 새 60%가 늘었고 이들의 수출 시장 참여로 종합상사의 수출 기여도가 작년의 50·1%에서 올해 10월에는 40·9%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수출의 소량 다품종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중소무역 업체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소량 다품종의 조류를 타고 각광을 받은 휴대용 레저 테이블·미네럴포트 생수기·어린이용 베개·연어 껍질 지갑·특수 원단을 사용한 휴대용 음료 가방·TV 시청용 시력 보호강아지·말하는 인형 등 이색 상품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개발, 재미를 보고 있는 품목 등이다.
중소기업의 취약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하나로 지적돼 온 만큼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상품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처럼 수출이 늘고 국내의 여건이 호전되고는 있으나 앞으로의 지속적인 수출 신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가 수출 시장의 불균형이다. 최근의 시장별 수출 비중을 보면 미국·일본·홍콩 등 10대 시장의 비중이 85년의 73·6%에서 올해에는 77·8%로 늘었고 그중 미국 시장의 비중은 85년의 35·5%에서 올해에는 40·3%로 높아졌다.
미국과 같은 특정 시장 편중의 수출 증가가 보호 무역주의 움직임을 유발, 앞으로의 진출에 제약이 되고 있음은 그 동안 미국과의 무역 마찰에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수출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종합 상사가 외형은 늘어나는데도 채산성이 그만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다.
이와 함께 일본에 대한 수입 편중은 엔화 강세에 의한 부담 가중으로 국제 수지 악화, 기업 수익 잠식 등을 가져오고 있어 해외 수출입 시장의 편중은 우리가 해결해야할 가장 절실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밖에 우리의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원화 절상 압력, 외환 부문의 통화 증발로 인한 인플레 우려·일부 품목의 원자재 부족 현상, 섬유·전자 업계 등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기능 인력 부족 등도 새로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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