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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지닌적 있다" 65%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오늘의 한국인들은 과학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부적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정섭씨 (불교정신문화원장)는 28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있을 「한국의 부적」 학술강연 주제논문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부적에 대한 인식」 에서 학생·사업가·운전자·일반인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이상이 부적을 소지하거나 소지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집안사람들이 부적을 옷속이나 베개밑에 숨겨둔 것까지 계산하면 더 많은 숫자가 부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한씨는 부적을 갖는 것이 사고방지,시험합격,사업의 번창과 안심입명·도난방지·병치료등의 목적이었으며 심지어는 첩을 떼기 위한 것도 있었고 답답하여, 그저 좋다고 해서 등의 이유도 있었다고 밝혔다.
부적의 출처는 점장이·무당의 권유가 많고 서적상에서 사오거나 손수 그려가지는 사람도 있었는데 사는 경우 값은 1장에 최하 5백원부터 50만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는 것. 부적은 1년 1회 정도 가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월 1,2회 정기적으로 마련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 이사할때 마련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부적값은 원한에 얽힌 부적이나 투기 경쟁에 대한 부적일수록 값이 높았으며 부적의 종류는 ▲소원 성취부·만사대길부 ▲재액부 ▲안전부 ▲천부화합부 ▲관재부 ▲동토부정부 ▲선신수호부 ▲악귀요마부 ▲몽부 ▲신앙풍속부 ▲관살부 ▲질병부 ▲기타 등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소원성취부는 무엇이든 소원이 있는 사람이 가지는 것으로 칠성부·소망부등이며 재액부는 신수가 불길해서 가지는 것으로 12년만에 한번씩 온다는 신병·손재·상사 등을 막는 삼재예방부·관재구설을 막는 부적등.
천부화합부는 부부간 남녀애정의 원만을 비는 부적. 관재부는 관직에 대한 동경·재산증식을 위한 것이고 입시합격을 위한 부적도 이에 속한다고 한씨는 말했다.
또한 부정부는 불결한 곳에 가서 탈이 생기지 않도록 쓰는 것이며 몽부는 12가지로 만들어 지니면 악몽은 물러가고 길몽이 찾아든다고 생각한다는것.
부적은 우리 민족이 현세적 생활속에서 창조해낸 지식과 사고의 신앙체계다.
가족의 평안·무병장수 등을 기원하는 적극적 믿음의 표현이었으며 멋과 미의 대상으로 실내장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부적의 형태는 도록적인 것과 문자를 쓴 것으로 대별된다. 도록은 삼불제석·호구씨·별상님·불사할머니·백마신장·대신할머니·용왕·산신·칠성 등이 많이 그려졌다.
글자는 일·월·성·왕제 등이 씌어지는데 갈수록 도록과 글자가 함께 어울러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씨는 『예기치 않았던 사고·천재지변·전쟁의 공포와 경쟁사회에서의 강약성패에 대한 초조, 인간불신속의 고독등의 요인에 의해 오늘날에도 부적이 많이 유포되고 있다』 고 분석하고 『부적은 문자 그대로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원상으로 복귀했다는 화합에 의한 정신적 가호를 추구하는 것인만큼 절대 금기적인 것은 아니다』 고 말하고 『그러나 일부 부정적인 것과 무조건적인 확신을 추구하는 것은 불행을 낳을수 밖에 없다』 고 그 폐해를 강조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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