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문교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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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월25일 정오. 문교부는 「3시간 후 중대 발표」를 예고했다. 교육 개혁 심의회의 확대 회의가 끝난 직후였다.
손제석 장관은 예정됐던 14개 시·도 교육감과의 오찬 약속을 취소 한 채 긴급 구수 회의를 열었다. 간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장관실 주변에서 겨우 흘러나온 얘기는 교육 개혁 심의회 안에 따른 대입 제도 개혁. 누구도 『어떻게 되는지』를 몰랐고, 실무자들은 어리둥절해 하기만 했다.
그 동안 거론돼 온 건의안을 토대로 「대학별 고사 88년 부활」의 제1보를 보도한 중앙일보는 속보를 3시간이나 기다려야했다.
해마다 70여만명의 수험생이 매달리고,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는 대입 제도 전면 개편의 순간이었다. 놀라운 개혁이 충격적으로 발표됐다.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추후 발표한다는 꼬리를 달고-.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입 개혁 시책이 이렇게 느닷없이 결정, 발표됐다.
『문교부가 왜 몰랐다고 합니까. 상오 10시쯤 담당 실장은 알고 있었는데요. 보안이 잘 됐다고 보아야지요』 문교부 당국자의 사후 해명은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교육 정책도 기밀인가, 충격적인 방법을 써야만 되는가. 당장 내년에 고 2년생이 새 입시 제도에 따라 시험을 쳐야한다니 애들이 당황하고 있다. 신문사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교육 정책의 대상은 학생이다. 학생이 순리로 적응 할 수 있는 정책만이 시행착오를 면할 수 있고 조령모개의 악순환을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이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 교육 정책은 「일대 개혁」보다는 「점진 개선」이어야 하고 대 국민 보안보다는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지금부터라도 문교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소리를 명심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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