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억류 화동호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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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이용우·허상천기자】소련군함에 나포돼 시코탄섬에서 44일 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난 오징어잡이 어선 제101 화동호(2백95t·선장 천용진·30)가 피랍50일 만인 26일 상오11시 부산 동명부두에 입항, 천 선장 등 선원 26명이 모두 귀환했다.
선원들은 이날 외항에 정박한 채 상오9시부터 40분 동안 부산검역소 보건기좌 김종하씨(39) 등 4명으로부터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모두 건강에 이상이 없었으며 검역 진들은 선 내 위생검사와 콜레라·페스트 보균검사를 하고 식수채취를 했다.
선원들은 이날 상오11시45분부터 낮12시10분까지 부두인근 해기원연수소2층에서 가족들을 만났으며 관계기관으로부터 피랍경위 등을 조사 받은 후 27일 중 귀가 조치된다.
부산해경소속 경비정의 인도로 동명부두에 입항한 제101화동호 선원들은 대부분 오랜 억류생활에 지치듯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고 귀환한데 대해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천 선장 등 선원들은 『나포된 뒤 곧바로 소련 시코탄섬 크로보와자만으로 끌러가 계속 배 위에서 억류돼 있었으나 선상생활은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식량과 부식이 떨어져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5일 동안 굶은 뒤 소련당국으로부터 쌀2가마를 받아 밥을 지어 간장과 소금에 찍어먹었다』고 그 동안 억류생활의 어려움을 전했다.
천 선장은 『지난달 7일 상오5시쯤 일본 홋카이도 동남쪽 1백20마일 해상에서 조업 중 갑자기 소련군함이 나타나고 고무보트를 탄 무장군인 4명이 접근, 승선한 뒤 선원들을 선실에 들어가게 하고 나포해갔다』고 납치순간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3, 24일 이틀동안 소련 남 쿠릴지역 인민재판소에서 소련경제수역 내 생물자원에 미친 손해배상과 벌금 등 21만5천5백56루불(한화 2억7천3백88만4천30원)의 부과와 함께 어로장비 및 어획물(오징어 15kg들이 2천 상자)을 몰수당하는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소련해안경찰의 신문과 인민재판소의 재판과정에서 천 선장은 『소련영해를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으며 통역은 소련에 거주하는 한국인 2세가 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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