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벼룩시장 이 잡듯 뒤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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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구 총기 강도사건의 불똥이 서울경찰로 튀었다.

"권총 두 자루와 실탄을 청계천 8가에서 샀다"는 용의자 金씨의 말 때문이다.

성동경찰서 수사관 10여명이 서울 중구 황학동 '벼룩시장'을 29일 이 잡듯 뒤졌다. 관련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검색 대상 상점과 노점들은 1천5백여개.

청계대로변 S아파트 13~24동의 상가와 그 앞 노점들로 이뤄져 있으며, '도깨비시장'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온갖 중고 군용품이 거래돼 "이웃의 청계천 기계부품 상가와 합치면 서너 개 중대를 중화기로 무장시킬 수 있는 곳"으로 과잉 묘사되기도 한다.

수사과.방범과 소속인 수사관들은 이날 안면이 있는 상인들에게 "총을 사고 파는 곳이 있느냐"는 은밀한 탐문과 함께 군복.망원경 등을 파는 노점들의 좌판 아랫부분까지 샅샅이 훑었다.

하지만 총기나 실탄의 흔적은 찾아내지 못했다. 이렇다할 첩보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사관은 "총을 사고 판다 하더라도 눈에 띄게 하겠느냐"면서 "하지만 첩보를 듣고 잠수했을 가능성도 있어 온갖 안테나를 동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권총 거래가 적발된 적은 없지만 이곳에서 불법 거래되는 타정총(못 쏘는 총)과 대검을 일제 단속에서 종종 압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한 노점상은 취재팀이 "대검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묻자 좌판 아래에서 30cm 길이의 미제 군용 칼을 내놓으며 "8만원만 내라"고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봄 권총이 시중에서 수백만원에 암거래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총을 구입해보려 했으나 수사비가 모자라 포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金씨가 갖고 있던 권총 중 한 개가 미군이 흔히 사용하는 종류로 확인됨에 따라 실제로 이 시장에서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탐문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상언.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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