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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법의 걷는 스님·신부가 늘어난다 가난한 농민과 어울려 농사도 함께…성직자들 농촌포교에 앞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들과 어울려 사는 스님과 신부들이 생겨나 불교 천주교의 농촌 포교에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성직자들의 영농은 불교의 경우 아직도 많은 농지와 임야를 갖고있어 무한한 사원경제개발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으며 천주교에서는 나눔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현대 사목의 하나로 각광을 받는다.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 주지 조성파 스님-.
지난해 10월 본사인 통도사주지 임기를 끝내고 서운암으로 칩거한 성파스님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농사를 짓기 시작, 3천여 평의 산골 논을 직접 경작해 추수를 끝냈고 7백여 그루의 단감나무와 더덕 5백여 평을 심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대규모 난실을 지어 통도사주지 때부터 모아온 3백여 분의 난초도 재배할 예정이다. 절 주위의 야산은 앞으로 단감나무를 계속 심어 7천 그루까지 늘릴 계획-.
성파 스님은 바쁜 농사일 중에도 도자기도 구워 백자반상기 다기 각종 접시 등을 일반에까지 널리 보급한다.
그는 또 암자를 대대적으로 중창, 법당을 새로 지었고 법당에 모실 백자 천불상(높이 각50cm)을 굽는 중이다. 현재 초벌구이를 끝낸 천불은 점안이 끝나는 대로 재벌구이를 해 내년 4월 초파일에는 법당에 봉불한다.
경북 의성 다인 성당의 유강하 신부l-.
유신부는 지난해10월 성당뒤편의 야산을 개간한 1천6백평의 논에 올해 농사를 지어 쌀20가마를 수확했다.
지난달 말 타작을 한 유신부는 지난4월 모판을 손수 만들고 모심기, 시비, 김매기도 직접했다. 농약공해를 심각히 생각해 전혀 농약을 사용치 않은 무공해 농사를 지었다.
올해의 농사 결산은 쌀 한 가마를 7만원으로 치고 경작비 64만원, 농지세 16만원을 빼면순수익은 60여만원정도라는 것이다.
유신부는『농사를 시작하고부터는 신자들과 자연스럽게 농사얘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고 피상적으로만 느끼던 농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내년에도 무공해 농사를 계속하기 위해 올 겨울에는 논에 호밀을 심어 녹비를 사용, 지력을 돋우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공주 카톨릭 학생회관장인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고광의 신부(프랑스인)-.
그는 신학 철학박사학위까지 가진 많이 배운 신부지만 반바지를 입고 모를 심다 거머리에 물리는가하면 논에서 쇠똥을 만지면서 농사일을 즐겁게 한다.
고신부가 주민들의 농사일을 도우며 사목을 하는 일터는 공주군 계룡면 중장공소-.
지난 83년부터 이곳 농민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며 농사일을 돕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늘어진 가사장삼과 수단(신부법의)을 입고영적 세계만을 거니는 듯한 불교 천주교 성직자들의 농사일은 아직 낯설긴 하지만 하나의 구체적 현실구원의 징표로 받아들일만하다는게 종교계안팎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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