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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카이로 선언,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완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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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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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 외곽의 메나 하우스 호텔에서 열린 ‘2016 한반도 통일 포럼’. 박재양 이집트 주재 문화원장, 모하메드 카말 카이로대학 교수,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이브라힘 데소우키 일간 알아흐람 편집국장(왼쪽부터) 등 외교관, 학자, 전문가 20여 명이 패널로 참가했다. [사진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카이로는 기억의 장소다. 그 기억의 위상은 한국 역사에서 독보적이다. 1943년 11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연합국인 미·영·중국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윈스턴 처칠 총리, 장제스(蔣介石) 총통이다. 그들은 식민지 한국의 독립과 자유를 결의했다.

73년 전 그곳서 ‘한반도 통일 포럼’
카이로 회담 본부 메나 하우스 호텔서
한국·이집트 외교관 등 20여 명 토론
포럼 주최한 정광균 주이집트 대사
“지난해 호텔 정원에 기념비도 세워”

19일 오후(현지시간) 그곳에서 ‘한반도 통일 포럼’이 열렸다. 주최 측인 이집트 주재 정광균 대사는 “카이로 선언문은 일본의 패망 이후 동북아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독립을 국제적으로 처음 보장했다. 그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 한반도 통일의 비전과 지혜로 축적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포럼 기조 연설자와 발제자, 패널로 한국과 이집트의 외교관, 학자, 전문가 20여 명이 나섰다. 이집트 측은 모하메드 카말 카이로 대학 교수, 일간 알아흐람의 이브라힘 데소우키 편집국장 등이다. 아인샴스 대학 한국어학과의 이집트 학생 100여 명, 교민 30여 명이 방청석을 차지했다.

정광균 대사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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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정원에 설치된 카이로 선언 기념비와 정광균 주 이집트 대사. 뒤쪽에 거대한 피라미드가 솟아있다.

카이로 선언은 미완(未完)이다. 우리 역사 속의 감격이었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신탁통치 논란, 분단의 어두움을 남겼다.
“카이로 선언의 한국 조항은 애초 분단된 한국이 아닌 단일 국가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의미했다. 불행히도 선언의 진정한 의미는 완성되지 않았다.”

포럼 장소는 카이로 외곽, 기자 피라미드 지역의 메나 하우스 호텔. 73년 전 회담의 실무 진행 본부였다.

호텔이 역사적 감흥을 준다.
“그 기억을 간직하려고 2015년 10월 호텔 내 정원(처칠 가든)에 조그만 기념비를 세웠다. 비석에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염원이 담겼다.”

카이로 선언의 최대 수혜자는 장제스였다. 그는 국공(國共)내전에서 마오쩌둥(毛澤東)에게 패배했다. 그는 대만으로 밀려났다. 중국은 오랫동안 장제스의 성취를 외면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동·남중국해에서 영유권 갈등은 심각하다. 중국은 카이로 선언을 영유권의 역사적 근거로 활용한다.

카이로 선언의 가치가 중국에서 부활한다. 나의 포럼 발제 내용에도 이 부분이 있다.
“기념비 제막식에 회담의 당사국이었던 중국과 미국·영국의 카이로 주재 대사들도 왔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했다. 이집트 대통령의 방한은 17년 만이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야욕을 규탄한다. 이집트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21년 전 양국 수교의 주역인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회장(초대 주이집트 대사)은 “중동의 맹주인 이집트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특별나며, 우리 외교가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카말 교수는 “카이로 선언과 한국역사의 밀접한 인연을 실감했다”며 “이집트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의 발전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럼이 끝난 뒤 한국-아랍 소사이어티 주도로 부채춤, 북춤, 한복 패션쇼가 이어졌다.

◆카이로 선언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망이 확실해진 1943년 11월 미·영·중 지도자들이 내놓았다. 선언문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 중국의 영토 회복과 강대국 지위확보에 맞춰졌다. 회담을 이끈 루스벨트는 식민지 해체, 식민지 국가의 후견체제(신탁통치)를 종전 후 구도로 제시했다. 한국독립 조항을 별도로 넣은 과정도 루스벨트가 주도했다.

카이로=박보균 대기자 bg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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