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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 관련분야서 학위에 도전|미술계도 「박사시대」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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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술계에 고학력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미술 인구가 늘어나 고미술 영역이 넓어진 까닭인지 실기와 이론을 병행하는 박사 지망작가가 많아져 미술계도 「박사작가」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옛날엔 국전에서 추천작가를 따내면 석사, 초대작가 자리에 오르면 박사학위 소지자와 동등한 대접을 했지만 이젠 국전과 함께 그런 제도도,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박사지망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작업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장이」의 속성을 벗어나려는 직업의 권위 의식때문이 아닌가 보여진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박사는 안휘준 (서울대)·정승관(이대)·김이방(홍대)·김영방(덕성여대)·송미숙(성신여대)·유준영(이대)·이성미(덕성여대)·권영필(영남대)·지순임 (상명여대)·강경숙(이대)·허영환(성신여대)·조선미(성대)·조요한(숭전대)·임번재(홍대)·임영방 (서울대)씨 등 대학에서 미학·미술사를 강의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젠 실기로 박사 학위를 딸 수 없는 작가들도 관련분야 학문을 찾아내 박사학위에 도전하고 있다.
동양화가 이랑 이종상씨 (서울대미술대교수)는 동국대에서 철학박사 학위과정을 이수했다.84년 종합시험에 합격, 지금 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학위논문은 『동양화에 영향을 주고있는 기사상에 관한 연구』. 불교미술을 모르고는 동양화를 잘할 수 없다고 생각, 그 바탕이 되는 철학(불교) 공부를 한 것이다.
서예가 중견 황재국씨는 경희대에서 한문학박사 학위를 얻어 지금 강원대 한문학과 주임교수로 있다.
서예는 한문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자신의 예술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박사학위를 땄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서예 검인정교과서를 편찬한 청곡 박병천씨 (인천교대교수) 는 대만정치대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마치고 종합고사에 합격, 지난달 학위논문 (『중국역대 명비점의 서체미 연구』) 을 제출했다.
서예가 해정 김세호씨는 일본 경도대에서 박사 (사학)코스를 밟고 있고,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의원을 역임한 한별 신두영씨도 단국대 박사과정(한문학과)시험을 치렀다.
서양화가 김영순씨가 동경대에서 박사 (미술사) 학위를 받았고, 왕년의 가수 정미조씨도 파리8대학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마쳤다. 예비시험에 합격, 이제 한국 민화에 관한 연구논문만 제출하면 된다. 창작미협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한 김재권씨도 파리8대학에서 박사학위 (환경미술)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대 회화과 출신인 백수남씨는 파리1대학에서 미술학박사코스를,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우제길씨는 파리8대학에서 박사공부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은 동순선씨는 동경예술대에서 박사과정(유화전공)을 이수중이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지순임씨 (상명여대교수) 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김인환·김임수·임선희씨는 박사과정 이수중이다.
조각가 양주혜씨는 파리8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예비시험에 합격, 논문통과만 남아 있다. 논문제목은 『예술과 기술로서의 판화』. 양씨는 회화·조각·판화를 다하고 있는 작가다.
이밖에 이미 박사학위를 획득했거나 이수중인 미술계 인사는 다음과 같다.
▲김선희(서양화)·김해주(동양화)·오진정(서양화)·김옥조(도예) =이상 파리1대학서 이수중▲이부연(도예·한양대교수) =미미주리 콜럼비아대서 학위취득▲심상옥(도예)=중국문화대서 학위취득 ▲이용욱 (도예)=대만대서 학위취득 ▲정수근 (도예)=파리8대학서 학위취득▲박숙희(염직공예·숙대교수)=동독 윈스터 빌헬름대서 철학학위 취득▲유한태(그래픽디자인·숙대교수)=미일리노이대서 학위취득▲조영철 (경기개방대교수)·추원교 (한양여전대교수)·이재국 (청주대교수)=한양대대학원서 디자인 실기박사과정이수.
이같은 현상은 미술관이 늘어나고 미학·미술사 등이 전망 있는 과목으로 떠올라 대학교수 요원, 미술관·박물관의 학예연구원·큐레이터 등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가·미술교육자(교수)가 엄연히 분리되는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교수작가」라야 인정을 받는 실정이어서 이같은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규일·홍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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