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교류·대화 부족하면 오해·증오가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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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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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중동·아랍의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편견과 오해를 받아왔다. 유럽에서 중세 때부터 믿어온 ‘이슬람은 주민을 강제로 개종한다’는 것이 대표적 오해다. (이슬람 문화의 중심 국가를 자부하는 이집트에는 콥트 기독교도가 지금도 상당히 있다) 이슬람은 여성 인권을 억압한다든지, 중동에는 전쟁만 있다는 오해는 지역 주민에게 상처를 준다.

이집트에서 한국어과에 입학하자 한국 선생님이 “한국인 중에는 모든 이집트 여자는 검은 천으로 얼굴과 온몸을 가리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다. 중동 문화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면서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한국인들에게 이슬람이나 아랍 문화를 올바르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중동·아랍인들도 서구나 동양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 어릴 적 TV로 봤던 미국이나 유럽은 자식이 부모를 이름이나 ‘너’라고 부르며 화까지 내는 비도덕적인 지역이었다. 사람들이 늘 서로 싸우고 거리에 나서면 동네 갱들이 기다리는 장면이 나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이나 서양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아랍인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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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해 해외 채팅이 유행했던 2000년대 들어 미국에 사는 이집트인과 메신저에서 만나게 되면서 시각이 변하게 됐다. 그분은 주유소에서 근무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리를 들은 나는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눈을 한순간에 뜬 기분을 느꼈다. ‘미국에서도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구나’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그분과 얘기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서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영화나 뉴스 보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동양에 대한 오해도 상당했다. 동양인들을 모두 중국인으로 알았던 게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원인은 핵폭탄을 맞아서다’ ‘동양인들은 숟가락을 쓸 줄 몰라 젓가락을 쓴다’ ‘동양인들은 무조건 태권도나 가라테, 또는 쿵후를 할 줄 안다’ ‘한국어·일본어·중국어는 모두 같은 글자로 쓴다’ 등등 수많은 오해가 있었다.

오해는 교류와 대화 부족으로 생기는 것 같다. 오해는 자칫 증오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오해받는 사람은 이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남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도 스스로 올바른 지식을 구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