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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원단이 알아야 할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의 중간선거이후 우리가 걱정해온 일들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오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4명으로 구성된 하원의 창단이 이미 14일 서울에 몰려왔고 16일에는 4명의 하원의창단이 뒤이어 온다.
이번에 방한하는 의창들은 각자의 출신구 사정에 따라 보호 무역입법을 공약으로 내세운 사람들이다.
미 의창단의 이번 동남아 순방에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 대만, 홍콩 등 대미무역 흑자국들이라는 것을 봐도 그들의 여행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선 「댄·로스텐코스키」단장은 수입품에 대하여 25%의 과징금을 물리자는 수입 과징금법안을 제안한 장본인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하원세출입 위원회 위원장이다.
「에드·젱킨즈」의원은 강력한 섬유류, 신발 수입규제를 목적으로 한 아시아에선 악명 높던 젱킨즈 법안의 제안자다.
나머지 방한단 의원들도 민주·공화당을 구별할 것 없이 선거구민을 의식하여 철강, 자동차, 가전제품, 농산물 등 수입 억제 또는 해외시장 개방의 실적을 갖고 돌아가야 할 처지에 있다.
따라서 미 의창단의 이번 방한은 가깝게는 11월말의 원내요직 인선과, 좀더 멀리 보면 내년들어 개회될 의회의 보호무역 입법과 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첫 순방국인 일본에서「로스텐코스키」단장은 이미 『필요하다면 미의회는 부당한 시장 장벽과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며 앞으로 의회에서 무역관계법안이 최우선 순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공언을 남겼다.
우리는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 원화 절상요구 등 현안이 걸려있는 중에 미국 의원단을 맞는다.
우선 미 의원단의 짧은 방한일정으로 보아 이들이 한미경제 현안문제들을 얼마나 바로 보고, 듣고 하는 계기가 될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그들이 한국관리들을 만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인 요구를 쏟아놓고는 훌쩍 떠나버리는 사태다.
우리는 미국경제가 처해있는 현실과 한미경제 현안을 갈 알고 있다.
미국경제가 당면한 본질적 문제는 미국산업의 경쟁력 등에 있다는 것이나 국제통화의 조정으로만 해결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미 재논을 필요로 하지않을 만큼 여러차례 강조되었다.
그러나 일부 미국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은 결코 제 2의 일본이 아니다.
우리는 방한 의원단에 무역의 대미 흑우, 대일 적자의 해결을 우리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까지 삼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시켜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대일 무역 역조 5개년 계획까지 추진함으로써 대미무역이 확대균형 폭으로 시정되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대만과 한국을 동일 선상에서 보는 미국의 일부 잘못된 시각도 이번 기회에 하정되기를 바란다.
어차피 미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이고 제일 중요한 고객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여론이 있고 실업문제가 있음에도 무리를 하면서까지 지난 7월 미국 통상법 301조 현안과 담배시장 개방등을 일괄 타결했다.
시장개방이나 수입에서 지나칠 정도로 미국에 치우쳐 있어 제3국과의 마찰이 우려되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미 의창단은 각자 지역구의 특수사정에만 얽매이지 말고 한미간의 장기적인 경제, 안보의 협력관계를 염두에 두고 호혜적인 협조를 전제로 한 대화를 충분히 가져야할 것이다.
「정치득점」만을 노린 지역적인 이기주의와 독단적인 보호무역주의는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자유세계 전체의 경제, 안보의 기반을 흔들어 놓을 것임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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