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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이대 나온 여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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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영화 타짜에서 운운한 ‘이대 나온 여자’는 아무 생각 없이 넣은 대사가 아닐 겁니다. 이대 졸업생과 재학생의 자부심에다 사회의 공감이 전제되지 않고서야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을 테니까요. 실상도 그렇습니다. 여자대학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이대는 여대의 강점을 특화해 발전을 도모하는 대학으로 평가 받습니다. 20년 넘게 시행돼 온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줄곧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입니다.

이런 이대가 석 달 가까이 구성원의 자부심에 깊은 상처를 내는 홍역을 된통 앓았습니다.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 딸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까지 겹치면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수들이 총장 사퇴촉구 집회를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최경희 총장이 손을 들고 전격 사임했습니다.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특혜 의혹은 부인했습니다. 진실은 밝혀지고 잘못은 바로잡힐 것입니다. 그래야 ‘이대 나온 여자’임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들이 여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문제는 길어진 노후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노인 빈곤율(2014년 기준 49%)이 OECD 국가 중 최악인 우리 실정에선 그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정부가 장년고용서비스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일 듯합니다. ‘오래 일하는 것이 확실한 노후 대비’란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지요.

정부안에는 퇴직 전까지 연령대별 선진국형 생애경력설계(Life-Plan), 재취업 지원서비스 강화, ICT 역량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대책이 망라돼 있습니다. 그럴 듯해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만, 과연 몇 개월짜리 훈련으로 퇴직자들의 역량을 높여 재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싶은 것들도 눈에 띕니다. 퇴직자들이 자영업과 임시직으로 몰리는 현상부터 해소하는 대책이 돼야 실효성이 담보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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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여에 걸친 롯데그룹 수사가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 5명과 전문경영인 등 24명을 구속,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역시나 용두사미에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거액의 탈세·횡령 혐의 등을 밝혀냈지만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등 핵심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롯데 측은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시감 탓에 식상합니다만 지켜볼 도리밖에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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