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공포영화 버금가는 리허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기사 이미지

<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15보(167~182)=67로 붙였을 때 큰 고민 없이 끊어간 68은 약간 손해. 69로 잡을 때 70 이하로 나가는 수순이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이 진행은 군더더기였다. 똑같이 백△ 한 점을 버리더라도 실전처럼 73부터 79까지 공배를 꽉꽉 메우는 조이기를 당하면서 달아나기에 급급한 결과는 아쉽다. 여기서는 이미 14보 ‘참고도’에서 보여준 것처럼 68의 곳을 끊지 말고 그냥 72로 젖혀 빠져나가야 했다. 그랬으면 흑▲ 한 점을 삼키면서 여유 있게 퇴각할 수 있는 곳이었다.

80까지, 흑의 집이 될 만한 곳을 모두 공배로 만들었으나(애초, 그 이상의 전과를 기대했던 곳이다) 후수가 됐고 81을 얻어맞아서는 다시 박빙의 끝내기 승부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이 대국을 해설 중이던 허영호 9단이 때마침, 관전 중이던 바둑 팬들에게 공포영화 버금가는 리허설을 연출해 팬들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82 다음 ‘참고도’ 흑1부터 11까지 된 다음 우변 백12로 빠져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눈 터지는 계가 싸움이라는 것인데 이 수순에는 조급한 심정의 오류가 섞여있었다. 조금 복잡하지만 수순 중 흑3으로 끼웠을 때 단수한 백4의 방향이 틀렸다. 백4가 아니라 5의 곳으로 몰면 흑이 백◎ 두 점을 잡는 게 아니라 백이 흑?을 잡게 되므로 안팎의 실리가 크게 달라진다. 다행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