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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위트 “미 차기 정부 출범 뒤 북핵 정책 검토하면 늦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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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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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핵 전문가 조엘 위트(사진)는 “미국의 새 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한 뒤 북핵 정책을 검토하며 몇 달을 보낼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위트는 “북핵을 해결할 시간은 사라지고 있고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배치 마지막 단계
이동식 ICBM 개발 땐 선제타격 못해
핵 동결 위해 대화든 뭐든 해봐야
한국 핵보유? 한·미 동맹 중단될 것”

북핵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그는 “(북핵의 절박성은) 나만의 얘기가 아니라 미국외교협회(CFR)가 지난달 발표한 대북 정책 제언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위트는 최근 미국 내에서 등장하는 선제타격론에 대해선 “북한이 바보냐”며 “북한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위트는 한국 내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선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을 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에서 이뤄졌다.

북한의 장거리로켓과 핵실험 준비 상황은.
“언제라도 실험이 가능한 상황이다. 북한의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선 몇 가지 움직임이 포착됐다. 평계리 핵실험장의 갱도에서도 움직임이 포착됐다. 단 언제라고 단언할 수 없다. 오는 11월 8일(미국 대선일)을 넘길 수도 있고 (내년 1월) 정권 교체 기간일 수도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왔나.
“북한은 핵무기 양을 늘리며 기술을 정교화하고 있고 이를 실어서 쏠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까지 개발하고 있다. 핵 무기와 핵 미사일 배치를 시작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본다. 북한을 막기 위한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북한은 내년 상반기 더 많은 핵 또는 미사일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새 정부는 북핵을 놓고 무엇을 어떻게 신속하게 이행할지에 대한 전략을 갖고 출범해야 한다.”
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 아닌가.
“비핵화는 중국의 국익이지만 중국은 북한을 한국과 미국에 대항하는 완충제로 여긴다. 우리가 요구한다고 중국이 자신들의 국익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나? 미국은 중국에만 의존해선 안되고 북핵 문제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떤 해법이 있나.
“비핵화는 변경 불가능한 목표다. 반드시 비핵화된 한반도가 돼야 한다. 첫 단계는 핵 동결이다. 우리가 대화를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잘못됐다. 외교는 전체 정책의 부분이다. 외교로 나서면 일이 풀린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성공할지 아닐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해보고 뭐가 나오는지 보자는 것이다.”
CFR도 지난달 발표한 대북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차기 대통령은 북핵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핵 동결의 대가로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뭔가를 요구한다면 대단히 복잡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1992년 북한을 상대로 팀스피리트 훈련 규모를 조정한 적이 있다.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를 줄이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의 진행을 막는다면 더 영구적인 해법을 찾을 공간을 만든다.”
북한을 믿을 수 있나.
“미국 내 누구도 북한을 믿지 않는다. 미국은 바보가 아니고 그럴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다. 북한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합동군사연습을) 원래대로 돌리면 그만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이 발사하는 게 임박하면 먼저 때리는 선제타격론 주장이 계속된다.
“그건 북한이 커다란 발사대를 세워 연료를 주입하며 수시간을 보낼 만큼 멍청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북한은 선제타격이 불가능한 이동식 ICBM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선제타격을 검토하는 만큼 북한 역시 뭔가 궁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선 독자 핵무장론이 분출하고 있다.
“한국이 핵보유국으로 가면 미국은 한·미 동맹을 중단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처럼 국제사회에서 낙오자가 된다. 독자 핵무장과 한·미 동맹을 통한 방어 강화라는 두 선택 중 후자가 더 낫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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