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아시아 신철기문화에 관심|런던고고학대회에 다녀와서… 임효재(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신석기시대 분야에 있어서도 북구에서 남미에 이르는 세계 전지역이 다뤄졌는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계 학계에서의 신석기시대라하면그 자체가 농경을 전제로하여 사용하는만큼 최근 재배곡물의 등장과 농경의 발생문제의 연구성과」 분과는 이번 회의에 있어서도 핵심분야의 하나였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지역토의에 들어가자 중공·필리핀·말레이지아·태국등 각국대표들이 그간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안점민교수(중공과학원 고고학연구소)는 「중국에 있어서의 농경기원문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중국의 농경 기원 중심지로서 황하유역과 양자강 중 하류지역을 들고 지금까지 발굴한 유적에서의 농경자료와 고고학적 유물, 그리고 방사성탄소 연대자료를 근거로 적어도 기원전 5000∼6000년전에 농경이 시작됐고 이를 배경으로한 식량생산 공급을 기반으로 안정된 정착색활의 기틀이 마련됐음을 역설했다.
중공의 뒤를 이어 필자는 한국 오산리 신석기유적 발굴 성과를 중심으로 발표했는데 유럽·서남아시아, 그리고 중공을 포함하여 이제까지의 신석기시대 연구가 농경을 기반으로 형성된 것과는 달리 기원전 5000∼6000년대의 오산리 유적에서는 농경이 없이 도토리나 야생식물, 그리고 사냥에 의존한 수렵, 채집경제 기반위에서도 그와 못지않게 안정된 정착생활이 이루어진 사실이 주목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한국을 포함, 시베리아나 일본등 동아사아의 특수한 문화현상임이 분명해지자 「선농경신석기시대」의 설정이 제창되었으며 그에대한 이의 제기자가 없었다. 이렇게해서 세계학계에서 신석기분야 논의때마다 설 자리를 찾지못했던 극동아시아의 특수한 신석기 문화현상은 이번 회의를 통해 보다 확실한 자리를 굳힐수 있는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볼수 있다.
고고학연구에서 합리성·과학성 문제를 들고 나온 미국 「빈포드」교수의 신고고학등장 이후 고고학 방법론문제는 더욱 중요시되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고고학해석에 있어서의 객관성」이라는 분과가 마련되어 의외로 많은 학자가 참석한, 비중이 큰 분과의 하나가 되었다.
이같이 본회의에서 고고학 제영역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계속되는 동안 한편에선 여러 문학행사가 다채로이 마련되어 있었다.
회의장 가까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개의 유적발굴 현장에서는 회의 참가자를 위한 설명회가 계속되었고, 회의참가자를 위한 그 유명한 스톤헨지 거석기념물의 견학이나 우리나라 농촌토성 만큼 중요한 메이든 캐슬 발굴도 누구나 볼수 있도록 현장을 공개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논의된 여러 사항들은 한국 고고학계에 암시하는바 적지않다.
우선 세계의 고고학 연구는 고고학자와 인접과학이 동일한 연구목표를 세운 뒤 그를 향하여 일사불란한 연구가 진행됨으로써 과학적 바탕을 둔 연구기반 위에서 보다 폭넓은 제측면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접과학과 거의 절연된 상황에서 유적 발굴이 진행되고있는 한국 고고학의 현실로서는 이러한 연구체제의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깊이 있는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국립고고연구소의 설립이 시급히 요청된다.
물론 고고학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가깝지 않으나 앞으로 한국 고고학도 그 연구영역을 확대, 심화하여 연구방법에서부터 발굴후 고고학자료의 활용, 관리분야등 다방면에서 수준급 전무가의 배출이 시급히 요청된다.
뿐만아니라 고고학 유적발굴에 있어서도 「그저 파서 유물이 많이 나오면 감격」하는 태도에서 탈피, 계획이 수립되고 그에 의해 문제성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발굴이 진행되지 않으면 한국 고고학의 선진화 속도가 그만큼 느려지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서울대 박물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