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영화작가주간」첫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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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 영화감독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는 「작가주간」 이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대학생들 손으로 열린다. 외국어대 영화연구회 「울림」 (회장 장기철) 은 「작가주간」 첫번째로 「유현목영학제」를 11월19일부터 안일까지 외인소강당에서 개최한다.◇
이 영화제는 『오발탄』(61년작) 등 유신목감독 (61)의 대표작 10편을 연대열로 한데 모아 상영하고 영화제가 끝난 후에는 대학생들이 애써 찾아낸 자료와 스틸을 모아『유현목자료집』을 펴낼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중 상영될 유감독의 영화는『오발탄』외에 『감약국집 딸들』 (63년), 『막차로 온 손님』 (67년), 『카인의 후예』 (68년), 『나도 인간이 되련다』(69년), 『불꽃』(75년), 『문』(77년),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78년), 『장마』(79년), 『사람의 아들』(80년)등.
이 영화들은 모두 16mm영화로 상영된다.
『유신목자료집』은 영화와 사회관계·작가론 작품론·자료모음등 4부로 나뉘어 젊은 영화학자와 대학생들이 집필, 2백자 원고지 2천장 분량의 원고와 3백장 가량의 스틸로 꾸며진다.
지난545년 『교차노』 로 데뷔한 유감독은 지금까지 40여편의 영화를 발표해온 한국의 대표적 영화작가로 손꼽힌다. 그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 늘 인간의 내며 세계를 조명해왔다. 인간의 갈등·불안·좌절을 강렬한 리얼리티로 표출시켰다. 바로 비극을 통한 카타르시스다.그래 그의 영상속엔 늘「어둠」이 깔려있다.
연출작품도 적은 편이고 흥행과도 인연이 멀었지만 뛰어난 예술영화를 많이 남긴 작가다.
이같이 비중있는 영화감독의 작품세계를 재평가해봄으로써 그의 작가정신을 배우는「작가주간」은 영화선진국에서는 흔히 열리는 일이다.
미국·유럽·일본등지에서는 예컨대 「프랜시스 코폴러주간」「구로자와 아키라수간」등이 열렸지만 국내에서는 한번도 본격적으로 열린 일이 없다. 「작가주간」의 대상이 될만한 거장들이 없는것도 아니다.
유감독외에도 김기영·이만희·신상옥·하길종·임권택등이 있다.
행정력이 있는 영화진홍공사나 영화관계협회등이 이를 외면한 탓인데 이들이 감히 추진하지 못한 행사를 젊은 영화학도들이 주선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울림」회장 장기철군 (22· 철학과3년) 은 이 같은 행사를 통해 우리영화의 역사입과 현주소를 분명히 파악하고 앞날을 정입해보자는데 뜻이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판치고 있는 에로영화나 섣부른 블랙코미디가 우리영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자는 것이다.
필름은 대부분 지난날 배급업자였던 개인들이 소강하고 있는 것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이 가운데는 한국필름보관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있던 완전한 형태의 『김약국집 딸들』 필름도 들어있다.
또 완벽한 자료마련을 위해 회원들이 각 도서관을 찾아 지난30년 동안의 모든 신문을 뒤져 유감독에 관한 글이라면 모두 발췌했다.
당사자인 유감독은 이 같은 영화학도들의 학구열에 감동한다.
『쑥스럽기도 하지만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제자신의 영광보다는 우리영화의 앞날을 위해 이보다 더 뜻있는 일이 있을까요』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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