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의 외세의 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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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5일하오 「역사상인물 가상재판」 이 열린 고대 대강당. 빈자리 없이 꽉 메운 방청석엔 폭소와 야유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아들 맹자의 입신출세만을 위해 양자강이남에 이사, 관계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명문서당에 입학시킨 맹모가 피고인.
죄명은 「국가백년지대계 우롱죄, 치맛바람 원조죄, 오도된 모성애 남발죄」.
재판장은 『1백년동안 하루3번씩「교육민주화 상소」를 암송할것과 앞으로는 바지만입을것』을 선고했다.
이어 등장한 피고는 김부식. 죄명은 외세의존죄. 『송군철수니·노비생존권이니를 주장하는자들은 만주의 야만족과 내통하거나 이를 이롭게하는 세력이므로 나를 기소한자들을 오히려 역적죄로 다스러야 한다.
교내에서 화강암이나 주우러 다니는 무식하고 과격한 너희들이 정치에 대해 무얼안다고 왈가왈부 하는게냐』 방청석을 가리키며 김부식이 열변을 토하자 장내는 한바탕의 웃음바다.
그러나 외세의존 외교정책·보수반동정치노선의 책임을 물어 『3년동안 면벽수도한뒤 평생 고대에서 고려사강의를 하도록』재판장은 판결했다.
목이 긴 군화를 신고 감색 일본자위대 제복에다 허리에 일본도를 차고 「미시마· 유끼오」(삼도유기부) 피고가 등장했다가 「무면허로 배짼뒤 인접국 공포감 조성죄, 과대망상죄」등을 적용받아 『일본전역에 있는 무기류를 수거, 고철로 만드는 일을 하라』는 판결을 받고 퇴장한뒤 마지막피고 「네로」 황제가 등장했다.
3시간여에 걸친 재판이 끝났다. 신랄한 현실풍자의 무대에서 카타르시스를 맛본 젊은 대학생들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강당을 나서 흩어졌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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