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명이 참가…겨레 시 짓기 운동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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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시조 백일장」 은 회를 거듭할수록 열기를 더하여 여섯 번째가 되는 이번 대회에는 5백여 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보였다.
시조에 대한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시조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현상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경하할만한 일이다.
먼저 반가운 일은 그 동안 너무나 등한시해 오던 우리민족 문화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고유문화의 계승발전 발판이 굳어져 가고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다음으로는 시조의 국민 개작운동이 차차 열매를 맺어가면서 국민 정서가 날로 순화, 향상되고 있음을 실증한 점이다.
그리고 시조 인구의 증가와 시조 짓기의 참여도가 높아진 단적 확산은 그 자연의 추세로서 시조의 질적 향상에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였다.
이 백일장 초기만 해도 시조의 기본 율격에 맞고 어구가 매끄럽게 짜여지기만 하면 거의 임상했던 것이 불과 5∼6년 사이에 작품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어 이제는 참가자 거의 전원의 작품이 초기 같으면 입상권에 들만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백일강의 연륜이 쌓여가고 대회가 빈번해지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제목을 가상하고 집에서 써온 작품을 시제에다 깎아 맞추는 이른바「백일장꾼」이 산견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한마당」 「물」 따위 다소 의표를 찌르는 시제를 내걸었더니 참가자의 실력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종래에는 막상막하 서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던 것이 이번에는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서 전체적으로는 다소 질이 처진 듯한 느낌이었으나 몇몇 입선작들은 출중하게 솟아올라 어떤 구절은 기성 간가의 수작에 육박하는 놀라움을 보였다.
값싼 서정에 말초적 언어기교를 농하여 장원을 따내던 시대는 지났다. 대상의 형상화, 상징적 표현, 고도의 비유 등 시작의 기본 수련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상위 입상이 어렵다는 것을 이번 대회는 보여 주어 즐거웠다. 즉석 작품이라 다소의 흠은 감안하고 말이다.<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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